종교·낙태·기후변화 글에서 원래 의미 뒤집힌 사례 확인 연구진 “작은 수정도 수백만 건 누적되면 장기 여론 영향 가능”
지난해 5월 5일 xAI 웹사이트의 인공지능(AI) 챗봇 그록의 검색 화면 모습. 2025.07.09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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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글쓰기 도구가 낙태, 기후변화, 종교 등 민감한 정치·사회 현안에 관한 이용자 글을 다듬는 과정에서 원래 뜻을 바꿀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이런 수정이 수백만 건의 게시물 작성·공유 과정에서 반복될 경우 장기 여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가디언은 6일(현지시간) 옥스퍼드인터넷연구소와 독일 하소플라트너연구소 연구진이 일론 머스크의 xAI, 메타, 구글, 중국 알리바바, 프랑스 미스트랄의 주요 대형언어모델이 글을 고치거나 설명하는 방식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AI 도구에 원래 의미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는데도 정치적 편향이 반영된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메타, 구글, 알리바바, 미스트랄의 AI는 페미니즘, 기후변화, 총기 규제, 마리화나 합법화 등 주제에서 대체로 진보 성향에 가까운 방향으로 문장을 고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X의 그록 기반 설명 기능은 낙태 문제 등 일부 주제에서 보수 성향의 설명을 더 자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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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부정 글도 원래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바뀐 사례가 있었다. 미스트랄의 AI는 유엔을 향해 “여름에 얼음이 갈라진다고? 정말 놀랍다. #기후변화사기”라는 취지로 쓴 글을 “북극 얼음이 여름에도 얇아지고 있다는 새 연구가 나왔다. 기후가 위협받고 있다. #기후행동”이라는 취지로 고쳐 썼다.
반면 X의 그록 기반 “이 게시물 설명하기” 기능은 낙태 문제에서 보수 쪽으로 기운 설명을 내놨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그록이 낙태권 지지 글보다 낙태 반대 글에 원문 주장을 뒷받침하는 설명을 더 자주 붙였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어떤 사람들이 왜 낙태권을 지지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태어난 지 2주든 20년이든 생명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취지의 글을 그록에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록은 생물학, 의료윤리, 여론조사 등을 근거로 낙태 반대 입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세 가지를 제시했지만, 낙태권 지지 쪽 논리는 제시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가 기존의 온라인 편향 논의와는 다른 문제라고 봤다. 그동안 우려는 주로 알고리즘이 이용자에게 비슷한 의견만 보게 하는 ‘필터버블’ 문제에 집중됐지만, 이제는 사람이 쓴 글을 AI가 대신 고치고 설명하는 중개자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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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공동저자인 샌드라 바흐터 옥스퍼드대 교수는 AI가 소셜미디어 글에 편향을 더하는 효과를 “숲을 오염시키는 것”에 비유했다. 그는 “사람들은 실제 의견과 달라진 글을 그 사람의 생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며 “AI가 사람들의 생각과 정보를 걸러 전달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던컨 브럼비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인간·컴퓨터 상호작용학 교수도 “AI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을 그럴듯한 문장으로 바꿔줄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그 과정에서 이용자가 원래 말하려던 뉘앙스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문제가 유럽연합(EU)의 인공지능 규제법인 AI법이나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인 디지털서비스법(DSA)에서도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다며 “심각한 책임 공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