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 주유기에서 기름 한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뉴스1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담합’ 등 불공정 거래로 손해를 입은 당사자는 사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소송을 낸 당사자가 직접 담합으로 인해 일정한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토대로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공정거래 사건을 주로 맡아온 한 변호사는 “담합이 없었을 경우의 정상 가격과 실제 담합으로 인해 인상된 기름값 액수를 입증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경우 재판부가 정유사들의 ‘담합 혐의’ 재판 결과를 먼저 지켜보고자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소송에 오랜 기간이 걸린 전례도 있다. 2007년 화물연대 소속 트럭 운전사 500여 명이 현대 오일뱅크와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4대 정유사에 대해 “경유 가격을 담합해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며 소송을 냈는데, 1심 법원은 5년 만인 2012년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법원은 “(정유사 사이에) 가격에 관한 상호 의사 연락이 있었고 담합 행위를 추정케 하는 문구가 작성 서류에서 발견됐다”며 “대리점이나 주유소의 공급 가격이 오르면 최종 소비자 가격도 인상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2012년 ‘비료 담합 사건’이 불거진 뒤 농민 1만여 명이 남해화학 등 13개 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8년 만인 2020년에야 1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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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사의 기름값 담합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4대 정유사 법인과 임직원 4명을 최소 14조2000억 원대 담합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단일 담합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검찰 수사 결과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전쟁이 발발한 직후 국내 기름값이 폭등한 건 불안정한 국제 정세 때문만이 아니라 정유사들의 가격 담합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