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7월 2일~6일 초중고 교사·학생 조사 교사 53% “수업 중에도 혐오·역사왜곡 경험” 교사 70% “정치 중립성 의무 문제될까 우려” 학생 41% “왜 문제되는 표현인지 알려줘야”
최근 배재고등학교가 전국 고교 야구대회 도중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을 빚은 가운데, 교사 10명 중 9명은 교실에서 혐오 표현을 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7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이달 2일부터 6일까지 전국 초중고 교사 1109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89.3%는 ‘최근 1년간 학생들의 발언·과제물·발표 등에서 혐오·차별·역사 왜곡 표현을 접했다’고 응답했다. 직접 목격했다는 교사는 73.9%, 전해 들었다는 교사는 15.4%였다.
특히 중학교 교사의 직접 목격 비율이 타 학교급에 비해 두드러지게 높았다. 중학교 교사 81.7%는 학생의 혐오·차별·역사 왜곡·민주주의 부정 표현을 직접 경험했다고 답했고 초등교사는 68.4%, 고교교사는 68.5%가 이를 직접 목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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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조롱은 주로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정치인의 죽음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로 이어졌다. 최근 1년간 ‘정치인 또는 역사적 인물의 죽음·비극을 조롱하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접한 교사는 58.2%,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에 대한 혐오·차별 표현’을 지속적으로 경험한 교사는 57.0%에 달했다. 이외에도 ‘세대, 직업, 계층 등에 대한 비하 표현’(50.3%), ‘역사적 사건을 왜곡하거나 희화화하는 표현’(45.4%), ‘정치·사회적 가짜뉴스나 음모론의 공유’(45.2%),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낙인찍는 표현’(43.1%), ‘특정 지역에 대한 비하·조롱 표현’(40.0%)을 반복적으로 경험했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한 교사는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은 버킷리스트로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리기, 코알라 코 만지기, 부엉이 키우기를 발표했다”고 증언했고, 또 다른 교사는 “전라도에 가려면 여권 들고 가야 한다, 전라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홍어’ 거리며 키득댄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교사는 “대통령이 되고 싶은 이유가 계엄령하고 싶어서라는 학생이 있었고 왜 중국인에게 투표권이 있고 중국인 공무원이 있는지 등 가짜뉴스를 말하고 다닌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표현은 주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마주치지만, 수업 중이나 과제물에서도 관찰됐다. 교사의 77.3%는 ‘쉬는 시간·점심시간 등 학생 간 대화’를 통해 접했다고 답했고, 52.6%는 ‘수업 중 발언’을 통해 경험했다고 했다. ‘과제물 또는 발표 자료’에서 접했다는 응답도 20.8%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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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 올라갈수록 ‘혐오·차별’ 교육 어려워…민원·정치 중립성 위반 우려
학생들 사이 혐오·역사 왜곡·차별 표현이 팽배함에도 이를 수업이나 생활지도 과정에서 실제로 다뤘다는 교사는 각각 51.0%, 56.2%에 그쳤다.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지도에 어려움을 느끼고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는 교사도 늘었다. ‘수업이나 생활지도 과정에서 다뤄야 할 필요성을 느꼈으나 여건상 어려웠다’는 응답은 초등학교 교사 13.6%, 중학교 교사 19.3%, 고등학교 교사 22.9%로 나타났다. 반면 ‘생활지도 과정에서 실제로 다룬 적이 있다’는 응답은 초등학교 교사 68.5%, 중학교 교사 58.1%, 고등학교 43.6%로 갈수록 낮아졌다.
교사가 혐오·차별·역사 왜곡 표현을 사용한 학생을 지도할 때 학생들은 대개 장난이라고 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난이라고 반응했다’는 교사 응답은 56.0%, ‘애들이 써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는 응답은 55.5%였으며, 11.8%는 ‘학생이 표현의 자유라며 반발’했다고, 15.5%는 ‘교사를 정치 편향으로 문제 삼았다’고 답했다. ‘몰랐다고 인정하고 수긍했다’는 응답은 초등학교 41.0%, 중학교 31.1%, 고등학교 21.5%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낮아졌다. ‘학생 스스로 자료를 찾아보거나 사과·성찰로 이어졌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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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은 혐오 표현을 접하고도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이나 학부모 민원, 외부 공격 등을 우려해 교육적으로 지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문제 삼을까 우려된다’는 응답이 69.9%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학부모 민원이나 외부 공격이 우려된다’(60.1%), ‘학생들이 온라인 문화의 영향으로 쉽게 반발한다’(47.0%), ‘학교 관리자나 교육청의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다’(45.4%)가 뒤를 이었다.
‘대응 매뉴얼이나 지침이 있어 이를 숙지하고 있다’는 교사는 2.1%에 그쳤다. 54.0%는 ‘없다’고 답했고, 35.5%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잘 알고 있다’는 교사 역시 2.4%에 불과했다.
이번 배재고 사태의 원인으로 ‘온라인 혐오 콘텐츠와 커뮤니티 문화의 확산’을 꼽은 교사가 94.0%로 가장 많았고, ‘정치권과 언론의 혐오·조롱 언어’(74.4%), ‘교사의 정치 중립 의무와 민원 부담으로 인한 쟁점 교육 위축’(62.0%)이 뒤따랐다.
유사 사안이 발생할 경우 학교와 사회가 교육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교사 71.1%는 ‘피해자와 공동체에 대한 사과·회복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답했고, 70.8%는 ‘정치권과 언론의 혐오 조장 문화도 함께 성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생에 대한 교육적 성찰 프로그램이 병행돼야 한다’는 응답은 68.5%, ‘단발성 처벌보다 재발 방지 교육과 구조 개선이 중요하다’는 응답은 64.3%, ‘사안의 정도에 따라 징계 등 제도적 조치도 필요하다’는 시각은 60.2%를 차지했다.
‘학교생활 규정에 혐오 표현 금지와 교육적 조치 근거를 명시해야 한다’는 응답은 55.8%, ‘플랫폼의 혐오·극단주의 콘텐츠 추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49.9%로 나타났다.
교육 당국과 플랫폼 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정부와 교육부가 가장 책임 있게 대응해야 한다’는 응답은 61.9%, ‘SNS·동영상 플랫폼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은 40.4%였다.
한 교사는 “극우 플랫폼 확산에 따른 역사 왜곡과 민주주의 훼손 및 가짜뉴스 그리고 편 가르기 및 혐오표현 확산에 따른 플랫폼 기업들의 책임감 있는 프로그램적 제재와 관련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배재고 사태 반복 막으려면…학생 41% “왜 문제인지 알려주는 교육 必”
학생들 역시 재발 방지를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전교조가 같은 기간 전국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청소년 1636명을 조사한 결과, 40.8%는 이번 배재고 조롱 응원과 유사한 사안이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왜 문제가 되는 표현인지 알려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온라인에서 혐오·조롱 콘텐츠가 퍼지지 않게 막는 것’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32.4%였다.
학생들은 주로 유튜브(53.1%), 인스타그램(51.6%), 틱톡(33.6%)에서 혐오 콘텐츠를 접한다고 했다. 학교 친구들과의 대화(19.9%), 게임채팅(13.7%), 온라인 커뮤니티(11.6%)가 뒤를 이었다.
혐오·차별·조롱 표현을 접한 학생 절반 이상은 불쾌함을 느꼈지만, 바로잡기보다 그냥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표현을 접한 학생들의 50.9%는 ‘불쾌했다’고 답했고, 38.5%는 ‘누군가 상처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별생각 없이 넘겼다’는 응답도 36.5%에 달했다.
친구가 혐오·차별·조롱 표현을 쓸 때 ‘하지 말라고 대응했다’는 응답은 38.3%에 그쳤다. 학생43.4%는 ‘불편하지만 그냥 넘어간다’고 답했고, 15.2%는 ‘무슨 뜻인지 몰라 반응하지 못했다’고, 14.9%는 ‘같이 웃거나 장난으로 넘겼다’고 답했다.
전교조는 “현재 학교 현장의 혐오·역사 왜곡 확산 현상은 일부 학생의 개인적 일탈이나 교사 개인의 역량 부족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로 볼 수 있다”며 “이 문제는 교육계 내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인권과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혐오 현상에 맞서 정당한 쟁점 교육을 수행할 수 있는 권리와 제도적 보호 장치(학칙 명문화, 대응 매뉴얼 등)가 보장돼야 하며 학교 밖에서는 정부와 국회, 플랫폼 기업이 차별금지법 제정, 알고리즘 규제, 혐오 표현 제재 등에 나서는 범국가적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