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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뚜껑 안 열리나요?”…악력 5㎏ 감소, 사망 위험 16% 높았다

입력 | 2026-07-07 10:23:32

악력계를 이용해 손의 악력을 측정하는 모습. 전문가들은 악력이 전신 근력과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병뚜껑이 예전처럼 잘 열리지 않거나 무거운 장바구니를 드는 일이 부쩍 힘들어졌다면 단순히 손힘이 약해진 것으로 넘기기 쉽다. 그러나 최근 미국 건강 전문 매체 더 헬시는 악력이 단순한 손의 힘을 넘어 전신 건강과 노화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는 전문가들의 분석과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국제 의학학술지 ‘란셋’에 발표된 이번 연구에서는 악력이 5㎏ 감소할 때마다 전체 사망 위험이 16%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악력이 수명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근육량 감소와 신체 기능 저하를 보여주는 ‘건강 신호’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 맥매스터대 연구팀 “악력 5㎏ 감소할 때 사망 위험 16% 증가”

대표적인 연구는 캐나다 맥매스터대학교(McMaster University) 의과대학 심장내과 부교수인 대릴 리옹(Darryl Leong) 박사 연구팀이 수행했다.

연구팀은 17개국 35~70세 성인 약 14만 명을 평균 4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악력이 5㎏ 감소할 때마다 전체 사망 위험이 1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악력이 낮을수록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과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함께 높아지는 경향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악력 측정이 “전체 사망과 심혈관질환 위험을 평가할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비용 부담이 적은 검사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 손의 힘이 아니라 몸 전체 근력을 보여주는 지표

전문가들은 악력이 건강과 관련되는 이유는 손 자체보다 전신 근력과 신체 기능을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리옹 박사는 전신 근력은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질병에 대한 취약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설명했다.

미국 메릴랜드주 머시 메디컬센터 정형외과 전문의 클레이턴 알렉산더(Clayton Alexander) 박사도 “악력이 약해졌다면 손만 약해진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근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과 근력은 자연스럽게 감소한다. 악력은 이러한 변화를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 가운데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 병뚜껑이 안 열린다면 근력 저하 신호일 수도

40년 이상 활동한 미국 물리치료사 리처드 W. 보하논(Richard W. Bohannon) 박사는 악력을 노년기 건강을 보여주는 ‘필수 바이오마커(indispensable biomarker)’라고 평가했다.

그는 악력 저하가 일상생활에서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병뚜껑이나 페트병 뚜껑이 예전처럼 잘 열리지 않거나, 무거운 장바구니를 오래 들기 어렵고, 물건을 오래 쥐기 힘들어지는 경우다. 일부에서는 엄지와 검지 사이 근육이 예전보다 움푹 꺼져 보이는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다만 악력이 약해졌다고 해서 모두 노화 때문인 것은 아니다. 관절염이나 손목·손가락 부상, 통증 등으로 인해 악력이 감소하는 경우도 있어 이를 특정 질환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 손 운동보다 중요한 것은 전신 근력 관리

전문가들은 악력이 건강과 관련 있다고 해서 손 운동만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알렉산더 박사는 “악력을 키우면 수명이 늘어난다고 결론 내릴 수 있는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악력은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일 뿐”이라고 말했다.

리옹 박사도 노화와 질병으로 인한 근력 감소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권하는 방법은 전신을 사용하는 저항운동이다. 스쿼트, 런지, 팔굽혀펴기, 아령 운동 등 큰 근육을 함께 사용하는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고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근육 감소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악력은 미래를 예측하는 ‘수명 예언자’는 아니다. 다만 손의 힘이 예전 같지 않다면 몸 전체의 건강 상태를 점검해볼 시점이라는 신호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손 힘을 키우는 것보다 전신 근력과 활동량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노년을 위한 가장 중요한 관리법이라고 강조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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