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유가 담합 정유사-임직원 기소 두 회사가 먼저 인상하면 따라 올려 “폭리 위해 위기 상황서 밀실 합의” 판매가 낮춰 정부에 허위 보고도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이 L당 1900원을 넘어섰던 3월 6일 시내 한 주유소에 유류 가격이 표시돼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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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
“오늘 가격 100원 더 올린다, 올해 2조 벌 듯.”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격화되던 3월 4일 국내 정유사인 에쓰오일 가격결정 부서에서 근무하는 임직원들은 회사 업무용 메신저 대화방에서 이런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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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檢 “전쟁을 이윤 추구 기회로 삼아 담합 범행”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에 대해 최소 2024년 7월 무렵부터 서로 가격 정보를 공유하며 담합한 것으로 판단했다. 조사 결과 두 회사는 3월 이란 전쟁이 격화되자 SK에너지가 HD현대오일뱅크보다 L당 30∼40원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기름값을 올리기로 했다. 두 회사 직원들이 담합 과정에서 “경쟁사가 따르지 않을 경우 우려 사항, 전체 시장가격 저가 수렴 가능성” 등 대응 문건을 만든 사실도 확인됐다.
다만 검찰은 ‘가격 담합 혐의’를 받는 두 회사 가운데 HD현대오일뱅크만 재판에 넘기고 SK에너지와 임직원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SK에너지 측이 담합 경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진술한 뒤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신청해 기소는 면한 것이다.
검찰은 GS칼텍스와 에쓰오일에 대해서는 담합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나 부장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가격을 급등시키자 흐름을 그대로 추종해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가격을 상승시켜 범행에 편승했다”며 “경쟁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에 해당하지만 법률상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 기소 범위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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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4대 정유사가 직영이 아닌 자영 주유소들과도 석유제품 전량을 정유사로부터 구입하도록 하는 ‘전량 구매 계약’을 맺은 행위가 불공정 거래라고 판단해 4대 정유사 모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담합은 매출액의 최대 3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불공정 거래는 최대 10%까지만 부과할 수 있다.
또 기름값 폭등 논란이 불거진 뒤 4대 정유사가 산업통상부에 보고하는 ‘일일 판매 가격’을 실제보다 낮은 수준으로 허위 보고한 정황도 드러났다. 나 부장검사는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가격도 허위가 있었던 것”이라며 “담합 규모도 기소된 2개사만 (매출 기준) 14조2000억 원이지만 나머지 2개사를 (담합 범행에) 포함하면 26조 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에 대해 공식 입장문을 내지 않은 4대 정유사는 재판에서 사실관계를 소명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정유사들은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의 가격 담합 과징금 납부명령에 대해 취소 소송을 냈고, 대법원에서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최종 승소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