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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감독’ 이준익의 숏폼行… “창작자에겐 생산이 가장 중요”

입력 | 2026-07-07 04:30:00

숏폼드라마 ‘아버지의 집밥’ 제작
낯선 세로 화면에도 관객 큰 호응
영화산업 위기 속 창작 시장 넓혀
“숏폼-유튜브 모두 이야기의 형태”



이준익 감독. 레진스낵 제공


숏폼이 대세라지만 이준익 감독(67)의 숏폼행은 뜻밖이다. 영화 ‘왕의 남자’(2005년), ‘자산어보’(2021년) 등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장편영화를 꾸준히 선보여 왔던 그이기에 더욱 그랬다.

이 감독의 첫 숏드라마 ‘아버지의 집밥’이 4일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공개됐다. 영화관 스크린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세로 화면은 낯설었지만, “극장판을 달라”는 관객 요청이 나올 정도로 호응이 컸다. 이날 시사회가 끝난 뒤 무대 뒤편에서 만난 이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적 포만감을 느낀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 상반기에 키다리스튜디오로부터 숏드라마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처음엔 고사했다. “익숙하지 않은 장르에 뛰어들었다가 미숙함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면, 영화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위험한 선택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이러한 결정이 “용감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후배들이 맘에 걸렸어요. 영화 생태계가 쇠퇴하는 와중에 젊은 친구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출구가 무엇일까, 당장은 숏폼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제가 후배들을 많이 독려해 왔는데, 스튜디오 쪽에서 ‘왜 감독님 본인은 뛰어들지 않으시냐’고 하더라고요.”

올해 하반기 레진스낵에서 공개되는 이준익 감독의 숏드라마 ‘아버지의 집밥’. 총 2시간 36분 분량으로 61개 회차로 구성돼 있다. 레진스낵 제공

‘창작 저변을 넓혀야겠다’는 이 감독의 의도는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아버지의 집밥’은 요리법을 잊은 부인 순애(이정은)에게 남편 하응(정진영)이 처음으로 집밥을 해주며 가족관계가 변화하는 이야기다. 다소 유치한 숏폼식 연출을 가미하긴 했지만, 내용은 전통적인 가족극이다. 기존 숏폼에서 유행하는 불륜이나 복수 등 자극적 소재에서 완전히 비켜나 있다.

이 감독은 “모두가 자극적으로 가는 게 능사일까? 그럴 바엔 내가 뛰어들 이유가 없다”며 “요즘 트렌드를 흉내 낼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기존 매체에서 활약해 온 배우이면서도 숏드라마에 출연해준 정진영, 이정은, 변요한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이 감독의 이번 도전은 그가 경험한 영화 산업의 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숏드라마 제안을 받을 당시, 이 감독은 허균을 다룬 영화 ‘교산’의 투자가 무산돼 제작을 중단한 상태였다. 다시 장편 ‘나는 반딧불이’를 준비 중이지만, 그는 “장편영화 시장은 점점 더 붕괴되어 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감독은 여전히 장편에 도전하는 젊은 창작자들에게 조심스럽게 조언을 건넸다.

“시장 구조가 변화하는 시기엔 창작자들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그 방식이 숏폼이면 어떻고, 유튜브면 어떻고, 인공지능(AI)이면 어떻습니까. 결국 이야기 산업의 다른 형태일 뿐인데요. 창작자에겐 끊임없이 생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부천=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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