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실외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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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로 유럽 전역에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영국과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탄소중립 정책을 이유로 에어컨 설치를 엄격히 규제하거나 이미 설치된 기기마저 철거하도록 해 정부 대 시민의 갈등이 일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명분과 ‘냉방권’이 곧 생명권이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 영국 캠든구, 에어컨 강제 철거 명령 논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GB 뉴스 등에 따르면 최근 런던 시내 캠든 자치구(Camden Borough Council)는 주택 및 아파트에 설치된 에어컨에 대해 무더기 철거 명령을 내려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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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거주하는 이 주민이 범죄 우려 때문에 밤에 창문을 열어두기 불안하다고 호소하자 캠든 당국은 “낮에는 열고 밤에 닫으면 된다”는 황당한 지침을 내렸다.
또 다른 주민은 환경 규제 및 소음 기준 위반, 문화재 보존구역 미관저해 등의 이유로 에어컨 3대를 완전 철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 주민은 “미관이 저해된다면 마감재를 설치해 실외기를 가리겠다”고 제안했으나 당국은 기후 변화 대응 조치에 어긋난다며 거부했다.
영국에서는 원칙적으로 별도 허가 없이 에어컨을 설치할 수 있으나 추후 문화재 보존구역 점검이나 자치구 자체 탄소감축 가이드라인에 위배될 경우 위 사례처럼 철거 명령 대상이 된다. 현지 매체들은 주민들의 반응을 인용해 “탄소배출 저감이라는 명분이 기록적 폭염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모니크 바르뷔 프랑스 생태전환부 장관 인터뷰 화면. 바르뷔 장관은 “에어컨을 모든 곳에 설치하자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었다. 사진=BFMTV 유튜브 영상 캡처
● 프랑스, 에어컨 사용이 정치권 핵심 의제로
프랑스에서도 에어컨을 마음껏 쓰기는 어렵다. 프랑스는 국가 차원에서 기후변화 적응 계획을 실시하여 에어컨 도입을 제한하고 있다. 에어컨은 에너지 효율이 낮고 전력망에 큰 부하를 주며 냉매 배출 문제, 도시 열섬현상 악화 등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다. 실제 프랑스의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은 25%에 불과하며 학교 등 공공기관의 냉방 설비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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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섭씨 40도에 육박할 정도로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이어지자 시민들도 냉방을 생존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생태전환부 장관 모니크 바르뷔(Monique Barbut)는 26일(현지시간) “에어컨을 모든 곳에 설치하자는 주장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에어컨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발언했다가 공분을 샀다.
해당 영상이 공개되자 시청자들은 “장관님은 시원한 정부 사무실에 있으니 심각성을 모르나 보다”, “38도 폭염에 에어컨도 없는 곳에서 당신 부모님을 모실 수 있겠는가” 라며 반발했다.
‘냉방권’을 둘러싼 갈등은 정치적 의제로 급부상했다.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 마린 르펜 의원이 “학교, 병원, 요양원 등에 에어컨을 전면 보급해야 한다”며 이른바 ‘국가 냉방 계획’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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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