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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아이들 ‘물 긷는 거리’ 6km, 시민 5000명이 달렸다

입력 | 2026-06-30 04:30:00

[나눔, 다시 희망으로] 월드비전
‘글로벌 6K 마라톤 서울대회’ 성료
물 부족 지역 아동 매일 6km 걸어
대회 참가비와 모인 후원금 등
케냐 식수 위생사업 지원에 사용



20일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이 서울 상암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2026 글로벌 6K 마라톤 서울대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스톤러닝 원형석, 글로벌 6K 캠페인 홍보대사 에이티즈 홍중, 월드비전 홍보대사 배우 최강희, 월드비전 친선대사 배우 박상원, 월드비전 조명환 회장, 월드비전 홍보대사 배우 이세희, 필리핀 월드비전 홍보대사 비앙카 우말리, 제리캔 크루원 박순찬. 월드비전 제공


“6km.”

달리기 대회 참가자들에게는 비교적 짧은 거리일 수 있다. 그러나 세계 어느 곳에서는 아이들이 물을 얻기 위해 매일 걸어야 하는 거리이기도 하다.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5000여 명의 시민이 북적였다. 월드비전이 개최한 ‘2026 글로벌 6K 마라톤 서울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인파였다. 가족 단위부터 러닝 크루, 기업 임직원, 친구와 연인까지 다양한 참가자가 출발선 앞을 가득 메웠다. 이날 이들의 달리기는 단순한 레이스가 아니었다.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해 먼 길을 오가는 아이들의 현실을 몸으로 경험하는 여정이었다.

행사는 모델 겸 방송인 정혁의 사회로 시작됐다. 무대에는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을 비롯해 월드비전 친선대사 박상원, 홍보대사 최강희와 이세희, 글로벌 6K 캠페인 홍보대사인 그룹 에이티즈 홍중, 필리핀 월드비전 홍보대사 비앙카 우말리가 올랐다. 이들은 참가자들과 함께 식수 위생 문제 해결을 위한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출발 전 눈길을 끈 것은 글로벌 6K의 상징인 ‘제리캔’이었다. 물 부족 지역 주민들이 식수를 담아 나를 때 사용하는 물통이다. 참가자들은 제리캔 세리머니를 통해 물을 얻기 위한 노동이 얼마나 무겁고 고된 일인지 직접 체험했다.

오전 8시, 출발 신호가 울리자 참가자들은 6K와 10K 코스를 따라 순차적으로 출발했다. 평화광장을 떠난 행렬은 하늘공원과 난지천공원 일대를 지나 다시 상암으로 돌아왔다. 기록 경쟁에 집중하는 일반 마라톤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빠르게 달리는 참가자도 있었고 가족과 함께 걸음을 맞추며 천천히 코스를 즐기는 참가자도 있었다.

월드비전 최강희 홍보대사(왼쪽)와 이세희 홍보대사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행사장 곳곳에 마련된 체험 공간은 참가자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대형 메달 조형물과 포토존에는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고 네임월 앞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찾는 참가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레이스와 캠페인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장면이었다.

참가자들의 가슴에 부착된 번호표 역시 특별했다. 번호표에는 월드비전이 지원하는 개발도상국 아동들의 사진이 담겼다. 누군가는 출발 전 자신이 받은 번호표의 아동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봤고, 누군가는 결승선을 통과한 뒤 번호표를 기념사진에 함께 담았다. 이름도, 사는 곳도 알지 못하는 아이였지만 참가자들에게는 이날 함께 달린 또 한 명의 동반자였다.

올해 대회에는 러닝 인플루언서 스톤러닝 원형석이 이끄는 ‘제리캔크루’ 50명도 참여했다. 이들은 실제 제리캔을 들고 코스를 달리며 물 부족 지역 주민들의 일상을 상징적으로 재현했다. 일부 참가자는 현장에서 제리캔을 직접 들어보며 식수를 운반하는 일이 얼마나 큰 부담인지 체감하기도 했다. 이날 참가자들이 마주한 6㎞는 단순한 레이스 코스가 아니었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물 부족 지역의 아동들이 식수를 구하기 위해 매일 이동하는 평균 거리다. 글로벌 6K는 참가자들이 그 거리를 직접 달리며 식수 접근권 문제를 구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실제로 물 부족 문제는 기후 위기와 맞물려 전 세계적으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가뭄과 이상기후가 반복되면서 안전한 식수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계층은 아동이다. 물을 길으러 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학교에 갈 시간은 줄어들고 오염된 물 사용으로 인한 질병 위험은 높아진다.

글로벌 6K는 이러한 현실을 시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2014년 미국에서 시작됐다. 이후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며 국제적인 캠페인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6개 국가가 함께 참여했다. 상암 행사장에 세워진 각국의 상징물과 글로벌 브랜딩은 물 부족 문제가 특정 지역만의 어려움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를 통해 모인 참가비와 후원금은 케냐 지역 아동과 주민들을 위한 식수 위생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상암벌을 달린 사람들은 서로 다른 거리를 선택했다. 누군가는 6km를, 누군가는 10km를 완주했다. 그러나 이날 참가자들이 공유한 출발점은 같았다. 깨끗한 물이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닿기 어려운 일상이라는 현실과 그 거리를 함께 줄여나가야 한다는 공감이었다.


윤희선 기자 sunny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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