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중심이던 日 학습만화, 과학·금융·영어·수학으로 확장 “공부보다 먼저 읽힌다”…이야기·개그 앞세운 韓 콘텐츠 주목
일본 그림책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ヨシタケシンスケ)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내 산다미아노 카페에서 열린 ‘있으려나 서점’ 출간 간담회에서 자신의 책에 그림을 그린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앞에는 그동안 그가 출간한 책이 놓여있다. 요시타케 신스케는 2017년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상(Bologna Rgazzi Awards) 특별상 수상 작가다. 2018.12.07.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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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학습만화 시장에서 한국발 콘텐츠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 출판사들이 한국에서 인기를 확인한 과학·금융·영어·수학 학습만화를 잇따라 번역·현지화하면서, 역사물 중심이던 일본 어린이 학습만화 시장도 달라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2일 일본 학습만화 시장의 중심축이 역사물에서 과학, 금융, 영어, 수학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발 학습만화는 교과서처럼 설명하기보다 이야기와 개그로 아이들을 먼저 끌어들이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런 변화는 일본 서점 매장에서도 확인된다. 요코하마의 대형 서점인 유린도 다마플라자테라스점의 아동서 담당자는 최근 학습만화가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책”에서 “아이가 스스로 고르는 책”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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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학습만화의 대표 장르는 역사였다. 하지만 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시대순으로 따라가야 하는 책은 부담스럽게 느끼는 어린이도 적지 않다. 그 틈을 과학, 수학, 영어, 금융 등 주제형 학습만화가 파고들고 있다.
이 흐름을 키운 대표 사례는 한국 작가 신태훈·나승훈의 과학 학습만화다. 일본에서는 ‘쓰카메! 리카다만’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돼 인기를 끌었다. 이 시리즈의 흥행 이후 경제·실용서 분야 출판사를 포함한 일본 출판사들도 학습만화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다카라지마샤도 한국발 학습만화를 번역 출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어린이가 돈의 구조를 배우는 금융 학습만화 ‘ZOOっと役立つ劇場 お金のヒミツ’(쭉 도움 되는 극장, 돈의 비밀)을 냈다.
이 책은 귀여운 동물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야기 속에서 어린이가 돈의 구조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만든 금융 학습만화다. 다카라지마샤는 지난 5월에는 영어 학습만화 ‘えいたんごっち’(에이탄고치·영단어가 술술 머리에 들어온다)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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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일본 출판사들이 눈을 돌리는 분야는 수학이다. KADOKAWA가 펴낸 일본판 ‘ひらめけ!算数ドカン!’(번뜩여라! 산수 도칸!)은 모험 이야기 속에서 등장인물과 함께 문제를 풀며 수학 개념을 익히도록 만든 책이다.
이 출판사의 마쓰야마 아야카씨는 일본 작품은 교과서처럼 쉽게 설명하는 데 치우치기 쉽지만, 한국 작품은 개그와 빠른 이야기 전개로 아이들이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등장인물의 표정과 동작을 과장하고, 인물 간 대화와 개그로 속도감을 만든다. 반면 개념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도해를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려 이야기와 지식을 구분해 전달한다. 공부하려고 억지로 읽는 책이 아니라, 만화로 재미있게 읽다 보니 지식이 남도록 만든 셈이다.
한국에서는 선행학습과 가정학습 시장이 크다. 이 수요에 맞춰 어린이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학습만화도 함께 성장했다. 어려운 개념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면서, 이야기성과 학습 효과를 함께 노린 작품들이 꾸준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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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과학만화 서바이벌’은 일본에서 59개 주제, 90권 이상으로 확장됐다. 일본 내 누적 발행부수는 1550만부를 넘어섰다. 아사히신문출판 측은 인기가 높아 도서관에서 빌리기 어려워지자 직접 구매하는 어린이가 늘었고, 2024년 애니메이션 방영 이후 인기가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아사히신문출판의 우에다 마미씨는 이 시리즈의 특징에 대해 “공부로 먼저 손에 드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로 재미있다고 느껴 읽은 결과 지식이 남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야기를 앞세우는 방식은 이후 일본에 들어온 다른 한국발 학습만화의 모델이 됐다.
이런 변화 속에서 일본 편집자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새 작품을 처음부터 기획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에서 검증된 콘텐츠를 고른 뒤 일본 어린이 독자에 맞게 다듬는 일이 중요해졌다. 역사 중심으로 형성됐던 일본 학습만화 시장은 과학, 금융, 영어, 수학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일본 어린이 책장에서는 학습만화가 공부책과 오락물의 경계를 다시 넓히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