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만장일치…“약물 취한 상태에서만 제한 가능” 범위 축소 수정헌법 2조 앞세워 1968년 ‘총기규제법’ 제한 과잉 금지의 원칙 적용…구체적 위험 입증해야 규제 가능
[워싱턴=AP/뉴시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단순히 불법 마약을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총기 소지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을 내렸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18일(현지시간) 마약 사용자의 총기 소지를 불법화한 연방법의 적용 범위를 축소하는 결정을 만장일치로 내렸다. 사진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있는 연방대법원 청사가 보이고 있는 모습. 2026.06.19.
광고 로드중
미국 연방대법원이 불법 약물을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개인의 총기 소지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을 내렸다. 마약 규제와 총기 소지권이 충돌하는 영역에서 연방정부의 규제 권한에 제동을 건 판결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18일(현지시간) 불법 약물 사용자나 중독자의 총기 소지를 금지한 연방법 조항을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만장일치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단순한 약물 사용 사실만으로 헌법 수정 제2조가 보장하는 총기 소지권을 박탈할 수 없다고 봤다.
이번 사건은 텍사스주에 거주하는 미국·파키스탄 이중국적자 알리 다니알 헤마니가 대마초 사용 사실을 밝힌 뒤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기소되면서 시작됐다. 수사 과정에서 헤마니는 보관 중이던 권총을 수사기관에 넘겼고, 폭력 범죄나 총기 오남용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연방검찰은 그가 대마초를 정기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을 근거로 총기규제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광고 로드중
쟁점이 된 법은 1968년 제정된 총기규제법(GCA)에 포함된 연방 조항이다. 이 조항은 불법 약물 사용자나 중독자가 총기 또는 탄약을 소지하는 것을 금지한다. 위반 시 중범죄로 처벌될 수 있어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져 왔다.
연방정부는 대마초가 연방법상 여전히 규제 물질이라는 점을 들어 헤마니 기소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정기적인 대마초 사용만으로 해당 인물이 폭력적이거나 총기를 위험하게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을 쓴 닐 고서치 대법관은 정부가 헤마니에 대한 기소가 수정헌법 2조에 부합한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약물과 총기의 결합이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모든 약물 사용자를 일률적으로 위험 인물로 분류하는 것은 헌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봤다.
고서치 대법관은 정부가 1800년대 상습 음주자의 총기 소지 일시 금지법을 유추 근거로 제시한 것에 대해 “당시의 유서 깊은 전통법은 현대의 연방 총기 규제법과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짚었다.
이번 판결은 총기규제법(GCA)의 핵심 조항을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이 법조항은 2024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권총 구입 시 코카인 중독 이력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을 당시 적용돼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광고 로드중
미국에서는 대마초가 여러 주에서 의료용 또는 기호용으로 합법화됐지만, 연방법상으로는 여전히 규제 물질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대마초 사용자에게 연방 총기법을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혼선이 이어져 왔다.
이번 판결은 보수와 진보 성향 대법관이 모두 같은 결론을 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현지 언론들은 “대법원이 연방정부의 포괄적 규제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미국의 총기 규제 논쟁은 다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며 “이번 판결은 약물 사용 이력만으로 개인의 헌법상 권리를 제한하려면 보다 구체적인 위험성과 명확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