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해군해양연구소 소장을 만나보십시오. 가능하다면 그를 ‘소티토스 바’로 초대해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비용은 나중에 저에게 청구하십시오…이곳에서 머물러야 하는 여러분 모두를 위한 일입니다. 완벽한 계획을 세우십시오.”
1988년 파견된 남극세종과학기지 제1차 월동대. 극지연구소 제공
“최신 정보를 수집하라”는 거듭된 당부의 최종 목표는 ‘남극조약협의당사국(ATCP)’ 진입. 당사국은 남극에서의 연구와 생물자원 활용 등에 관한 조약을 결정할 권한을 갖는다. 한창 나라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페달을 밟던 한국인들에게 이는 넘어야만 할 관문이었다. 통신문이 오고 간 이듬해, 우리나라는 남극에 관한 연구 성과를 올리며 23번째 ATCP 당사국으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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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세종과학기지 장순근 노트’. 국가유산청 제공
선정된 예비문화유산에는 세종기지의 제1차 월동대장인 장순근 박사가 수기로 작성한 노트들도 포함됐다. 장 박사가 1988년 5월 30일에 쓴 일기에는 “밤이 길고, 추위 시작. 감정 평온 유지. 타인자극 g/G(금지로 추정)”라고 적혀 있어 극지 생활의 어려움을 짐작하게끔 한다. 6월 13일 일기에는 통화 기록이 “가족과 이별에 큰 고생. 국민의 기대가 큼, 국위선양. 정부 차원에서 협조”라고 간결한 문체로 적혔다.
월동대원의 일상과 조사 환경이 상세하게 기록된 ‘남극세종과학기지 장순근 노트’. 국가유산청 제공
총 4권으로 이뤄진 ‘장순근 노트’에는 물품 수급 계획 등 공무와 관련된 내용은 물론, 대원들의 건강 상태나 심리 변화, 식단까지도 글과 그림으로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기지 주변의 동식물과 지질 환경, 외국 기지를 조사한 내용도 담겼다.
남극세종과학기지 1차 월동대원으로 참여한 이동화 대원의 방한복. 국가유산청 제공
월동대원들이 입었던 낡고 두꺼운 방한복도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 극한 환경 속에서 연구 활동을 이어갔던 책임감과 사명감을 상징하는 물건이다. 예비문화유산은 만들어진 지 50년이 안 된 문화유산 중 근현대 역사와 문화를 대표할 가치가 있는 것을 선정해 관리하는 제도로, 지난해 처음 10건이 일괄 선정됐다. 올해 말경 두 번째 목록이 발표될 전망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