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환 출연 연극 ‘너무 시끄러운 고독’
체코 프라하의 어느 지하 작업장. 35년 동안 폐지를 압축하며 그 속에 담긴 인류의 지성과 철학을 온몸으로 흡수한 압축공 ‘한탸’가 있다. 겉으로 보기엔 거칠고 외로운 노동자지만, 수십 년간 책을 보며 정신적 교감을 나누던 그의 내면은 풍요롭고 시끄럽다. 그러던 어느 날 효율성과 기계화를 앞세운 현대식 압축기가 등장하며 한탸는 치명적인 위기를 마주하는데….
이러한 한탸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이 7월 4일 서울 종로구 SH아트홀에서 개막한다. 종이책을 사랑한 압축공, 한탸역으로 배우 정동환이 출연한다. 이 작품을 기획한 임야비 연출은 “정동환 배우는 엄청난 다독가”라며 “7시간짜리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2017년)’에서 주인공을 비롯해 1인 5역을 맡았을 때도 도스토예프스키 원작을 완독한 것은 물론 대심문관의 35분짜리 독백 장면을 완벽하게 구현해 화제가 됐다”고 했다.
정 배우는 괴테 ‘파우스트’, 톨스토이의 ‘참회록’, 단테 ‘신곡’, 셰익스피어 ‘햄릿’ 등 고전 문학을 원작으로 한 연극 작품에 다수 출연했고, 자신이 맡은 작품의 대본뿐 아니라 원작까지 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 연출 역시 아버지가 출판사에 다녔고 어머니가 서점을 운영해 책과 가까운 환경에서 자랐다. 이런 책에 대한 사랑이 정 배우와 임 연출을 연결해 줬고, ‘벽돌책이나 장시간을 요하는 공연 말고 산뜻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을 추천해 달라’는 정 배우의 말에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제안하며 이 작품이 무대에 오르게 됐다.
작품은 관객이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듯 대사를 인지하는 ‘악독극(樂讀劇)’ 형태로 진행된다. 배우가 단순히 말함으로써 대사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수어를 사용하거나 글을 쓰고, 미리 녹음된 음성을 트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의미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관객들이 극장에 와서 좋은 책 한 권을 완독하고 나가는 체험을 선사한다”는 의도다.
또 극장 입구부터 로비까지 옛 신문 폐지와 헌책으로 극장 바닥을 가득 채워 한탸의 지하실처럼 연출한다. 극장으로 입장하면 폐지가 관객석 위까지 차 있어서 완전히 다른 공간에 와 있는 듯한 체험을 하도록 만들 예정이다.
정 배우는 이번 연극에 대해 “연극이 책에 바치는 헌사”라고 설명했다. 책과 종이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세상임에도, 책을 너무 사랑해 스스로 압축기 안에 들어가 책이 되어버린 노인을 연기하는 정 배우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7월 19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