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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안 반대” DX조합원 1만명 늘자… 초기업노조 “투표 제외”

입력 | 2026-05-23 01:40:00

[성과급 노사합의 후폭풍] 삼성전자 합의안 투표율 첫날 57.4%
1만여명 배제땐 가결 가능성 커져… 노동부 “他노조원 투표권 안줘도 돼”
DX노조 “우리 돈으로 반도체 투자”… 투표권 박탈 관계없이 자체 투표



22일 삼성전자 동행노동조합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수원지부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모바일·가전(DX) 직원들이 잠정 노사 타결안을 거부하는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삼성전자 노사의 2026년 임금교섭 잠정합의 이후 삼성전자 양대 축인 반도체(DS)부문과 모바일·가전(DX)부문의 갈등이 노조 간 ‘대리전’ 형태로 표면화되고 있다. DS 직원 중심의 제1노조 삼성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가 DX 직원 중심의 제3노조 동행노동조합(동행노조) 조합원의 합의안 투표권을 배제하자 동행노조는 투표 중지 가처분 신청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파업 예고 기간에 줄곧 불거진 삼성전자 ‘노노(勞勞) 갈등’이 결국 법적 분쟁으로 번진 것이다.

● 법정으로 가는 삼성전자 노노 갈등

양측 갈등은 공동 교섭권 및 체결권을 쥔 초기업노조가 22일 오전 10시 동행노조에 투표권이 없다고 통보하면서 터졌다. 초기업노조는 동행노조가 4일 공동교섭단 참여 종료를 선언했던 만큼 지위를 상실했다며 ‘투표권 없음’ 이유를 밝혔다.

이에 동행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수원지부는 약 2시간 뒤 수원캠퍼스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발했다. 구정환 동행노조 사무국장은 “DX부문을 패싱하는 합의안의 실체가 드러나자 하루 사이에 동행노조 조합원이 1만 명 늘었다”며 “결집된 표심이 두려워 투표에서 배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행노조는 법적 대응 계획도 밝혔다. 23일 투표 중지·효력정지 가처분 및 투표무효 확인소송 등을 위한 법률대리인을 선임하고, 26일경 수원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다.

다만 유권해석 권한이 있는 고용노동부는 이날 “교섭대표노조는 단체교섭 체결 권한이 있어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에 반드시 타 노조 조합원을 참여하도록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초기업노조가 찬반 투표권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DX 노조원이 대거 가입한 동행노조의 투표가 배제된 만큼 이번 잠정합의안 가결 가능성은 오히려 크게 높아졌다. 27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투표의 실제 총투표권자는 초기업노조와 전삼노를 합쳐 7만여 명으로, 과반 가결엔 약 3만5000명의 찬성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동행노조 1만여 명이 포함됐을 경우 과반에 필요한 인원이 4만 명으로 늘어났을 것이다.

초기업노조에 따르면 가장 많은 성과급을 받게 되는 DS부문 메모리사업부 투표 인원이 초기업노조 내에만 2만4000명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DS부문에서 연구개발(R&D)이나 경영지원 등을 맡은 공통 부문(2만2000여 명) 조합원 다수가 찬성표를 던지면 가결 요건에 바짝 다가선다. 1만7000여 명 규모의 비메모리 조합원 표심이 마지막 변수지만, 타결안에 반대하는 동행노조 1만여 명의 표가 배제된 만큼 높은 찬성률로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전날 “이번 투표 결과를 초기업노조의 성적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다만 동행노조는 투표권 박탈 통보와 관계없이 자체 투표를 강행 중이다.

● ‘원 팀’ 균열 우려… 사내 갈등 해소 과제

동행노조와 전삼노 수원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DX가 벌어들인 자금이 삼성전자 반도체 투자에 사용됐지만 보상에서 소외됐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이호석 전삼노 수원지부장은 “반도체가 적자를 보며 투자하는 ‘역발상 투자’가 가능했던 것은 DX부문의 안정적 영업이익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렇게 창출된 성과를 특정 부문만 챙기는 것은 ‘원 삼성(One Samsung)’ 기조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노조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누적 영업이익은 DX부문 약 242조5000억 원, DS부문 약 264조3000억 원으로 엇비슷하지만, 이 기간 삼성전자 시설 투자(CAPEX)의 80∼90%는 반도체에 쏠렸다. 이 지부장은 “1000명 넘는 DX 직원들은 사내 메신저에 ‘타협안 부결’ 등을 표기하며 항의 중”이라며 “시스템LSI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부와 부결을 위한 공동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의안이 높은 찬성률로 통과되더라도 올 임단협 과정에서 불거진 노노 갈등 수습은 노조뿐 아니라 삼성전자 경영진의 중요한 해결 과제로 남게 됐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삼성전자가 종합 전자 회사로서 시너지를 내고 부문 간 분열을 막으려면 앞으로 특정 부문에 편중되지 않는 ‘전 사 공통 성과급’ 제도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노조 차원에서도 내부 갈등 해소를 위해 성과를 공유하는 상생 방안을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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