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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시스 회생 사태 이후, 달릴 열차도 살 방법도 없어… 협력사 생존-이동권 보장 해결할 솔로몬의 지혜 필요”

입력 | 2026-05-26 04:30:00

[K철도 정상화 위한 전략적 과제와 현실적 대안]
계약 해지 사태로 생산라인 스톱… 협력사 대금 체불-납품 중단 고통
선제작한 부품도 고스란히 고철로
코레일 ‘ITX-마음’ 신규 발주 강행… 벼랑 끝 협력업체 배려 등 아쉬워
“협력사 생존 골든타임 얼마 안남아… 국가적 차원의 실질적 해법 마련을”



다원시스 철도 사업 정상화 촉구 협력사 비상대책위원회가 21일 서울역 광장에 집결해 “수천억 원 자재가 고철로 변하고 있다! 즉시 생산을 허용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철도 협력사 비대위 제공




한국 철도 산업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다원시스의 회생 신청에 대해 살펴본 지난 4월 16일 자 기사에 이어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과 향후 전망을 짚어본다.

대한민국 철도차량 산업이 구조적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다. 국내 전동차 시장점유율 40% 이상을 보유했던 다원시스가 2026년 3월 수원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면서 코레일·서울교통공사 등 주요 발주처들이 잇달아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따라 EMU-150(ITX-마음) 생산 라인이 멈췄고 무궁화호 대체 사업 전반이 표류하기 시작했다. 한국 철도차량 산업은 1990년대 최저가 낙찰제 도입 이후 수십 년간 반복된 출혈 수주, 허술한 계약 이행 검증, 선금 돌려막기 구조라는 고질병을 앓아왔다.

이번 사태는 그 모순이 한꺼번에 폭발한 결과다. 문제는 그 파장이 큰 기업 한 곳의 도산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십 년간 공급망을 지탱해온 80여 개 중소 협력사가 제작 대금 체불과 납품 중단의 이중고 속에서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코레일의 신규 발주 선언 이후 현장의 분노는 집회와 탄원서로 폭발했다.



거리로 나온 협력사들의 절규


지난 21일 서울역 광장에 낯선 현수막이 내걸렸다. ‘멈춰선 제작라인에 수천 명의 목숨줄이 끊긴다.’ 다원시스 철도 사업 정상화 촉구 협력사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철도 협력사 비대위) 소속 80여 개 중소 협력업체 대표자가 집결한 자리였다. 이들은 이날 국토교통부 장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 수원회생법원, 국토교통위원회를 수신처로 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이들이 이 자리에 나온 것은 특정 기업의 편을 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다원시스의 경영이 악화되는 동안 정당한 납품 대금도 받지 못했고 발주처의 생산 독려로 원자재와 재공품(제조 과정에 있는 물품)을 공장에 쌓아 왔지만 이를 해결할 방법은 아무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호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전동차 제작 라인이 멈춘 지 수개월이 흐르는 동안 납품 대금조차 받지 못한 채 반제품을 쌓아두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필요한 것은 서류상의 규정이 아니라 당장의 살길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우리는 아무 잘못 없이 하루아침에 피해자가 됐다. 급하다며 독려하길래 밤낮없이 공장을 가동해 물량을 맞춰놨는데 이제는 만들어 놓은 제품을 쓸 수조차 없는 상황이 됐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모두 외면하고 있다”라고 울분을 쏟았다.

협력사들의 분노가 특히 집중된 것은 코레일의 신규 발주 방침이었다. 신규 입찰을 통해 새로운 계약자가 선정되더라도 기존 협력업체들이 제작한 부품이 실제 현장에 적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차량 설계가 변경될 경우 다원시스 기준에 맞춰 이미 생산을 완료한 부품들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시간과 노력, 생산 역량을 투입해 제작한 제품이 하루아침에 ‘고철’로 전락하는 셈이다.

새로운 사업자는 다원시스와는 다른 설계 방식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므로 기존 부품의 호환성을 담보할 수 없다. 특히 이미 생산된 부품들은 다원시스의 설계와 설비 체계에 맞춰 제작된 만큼 다른 시스템에서는 정상적인 사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 속에서 협력업체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은 채 막대한 손실 우려를 호소하고 있다.

한 협력사 대표는 “납품 후 받지 못한 대금보다 공장에 쌓여 있는 원자재 재고와 이미 제작에 들어간 재공품에 묶인 자금 규모가 훨씬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영세한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부품 공급망이 무너진다면 이미 제작에 투입된 수천억 원의 국민 세금과 협력업체가 애써 쌓아 놓은 기술력을 자체 폐기하는 것으로 이는 국가적 자해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1차 협력업체들이 보유한 원재료와 재공품 규모만 약 13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2·3차 협력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묶여 있는 자금 규모는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일 수백만 명의 국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과 철도 교통망의 안전 골든타임이 소리 없이 줄어들고 있다. K철도 도약을 위한 결단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100년 기업을 향해 취재팀



코레일의 정면 돌파와 그 이면

코레일은 지난달 22일 대전 본사에서 ‘일반열차 수급 안정화를 위한 종합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공개했다. 핵심은 오는 6월부터 계약이 해지된 간선형 전동차 EMU-150 물량을 전면 신규 발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당장의 차량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책도 병행 추진된다. 올해 258칸, 내년 278칸의 무궁화호에 대해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고 2029년까지 약 680억 원을 투입해 무궁화호 노후 객차 280칸을 전면 리모델링한다는 계획이다. 주행장치·승강문·배전반 등 핵심 안전설비를 전면 교체하고 좌석·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최신 사양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철도차량 구매 입찰에서 기술평가 비중을 강화하고 생산능력 검증 지표를 신설하는 등 입찰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가 단순한 제도 개선 차원을 넘어 무궁화호 리모델링 기간에 발생할 수 있는 단기 공백 대응과 차량 제작사 과부하 우려, 향후 제도 정비를 위한 시간 확보 등 코레일의 복합적인 판단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후속 절차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계약 해지 물량 가운데 1차 잔여분 30칸과 3차 잔여분 116칸을 합한 총 146칸 규모의 사업은 지난 15일 사전 규격서가 공개됐으며 6월 말 정식 입찰 공고가 예정돼 있다. 이번 입찰은 최저가 입찰제로 불리는 기존 ‘가격·기술 2단계 동시 경쟁입찰’의 가격 중심 경쟁 방식에서 벗어나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기술 리스크 등을 반영해 차량 단가는 과거 칸당 17억∼19억 원 수준에서 약 27억3000만 원으로 높아졌으며 총사업비는 약 40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2차분 208칸은 법률·행정 검토 등을 이유로 2027년 1월 별도 발주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궁화호 리모델링 1차분(160칸) 입찰은 이미 15일 제안서 접수가 마감됐고 계약 후 2년 뒤인 2028년 말까지 납품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코레일의 이번 결정에 따라 서울교통공사 등 다른 발주처들도 조만간 코레일의 뒤를 따라 계약 해지 물량을 신규 발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원칙론적으로 보면 코레일의 선택은 흠잡기 어렵다. 절차적 투명성 면에서 신규 발주가 가장 명확한 경로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원론적 해법이 드러내지 않는 사회적·경제적 비용에 주목한다. 이번 사태로 발생한 막대한 비용과 피해의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또 이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신규 발주 후 실제 납품까지 최소 4∼5년이 소요될 경우 새 전동차가 현장에 투입돼 선로를 달리는 시점은 사실상 2030년대 초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사이 코레일은 680억 원을 들여 노후 무궁화호를 리모델링해 공백을 메우겠다는 계획이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2년 이상의 운영 공백이 불가피하다며 이것이 최선의 해법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전한다. 국민의 이동권과 안전은 누가 책임지느냐는 질문에는 여전히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코레일이 6년에 걸쳐 다원시스 동일 업체에 물량을 발주하는 과정에서 현장 관리와 생산능력 검증이 충분히 이뤄졌냐는 점이다. 현장에 파견된 코레일 직원들은 공정 상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원시스의 생산능력 한계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나 면밀한 검토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현재 코레일은 입찰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사후 약방문 격’의 제도 개선 조치만 있을 뿐이다. 정작 정부와 발주처의 잘못된 입찰 방식과 관리 부실로 인해 벌어진 이번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중소 협력업체들에 대한 실질적 지원책이나 구제 방안은 여전히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



협력사의 고통은 부품이 아니라 생태계의 문제

협력사들이 처한 현실은 단순한 대금 미수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이 다원시스의 생산 독려에 맞춰 선제적으로 확보해둔 원자재와 완성에 근접한 재공품들은 전동차 제작이라는 고도의 특수 분야에만 쓸 수 있는 것들이다. 새로운 계약자가 선정되더라도 설계 방식이 달라지면 이 부품들은 그대로 고철이 된다. 신규 계약자는 자신들의 협력업체를 채택하고 다른 설계 기법을 적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물성(物性)의 문제까지 겹친다. 방치된 자재와 반제품은 시간이 흐를수록 노후화와 성능 저하가 가속된다. 전기 부품과 정밀기계 부품은 부식과 열화가 빠르게 진행돼 사용 가능 기간이 급격히 짧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공장에 쌓인 부품들은 나날이 고철로 변해가고 있다.

이 때문에 협력업체들은 다원시스 계약 해지 물량 가운데 일부라도 기존 생산 부품이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미 제작을 마친 부품들이 실제 차량 제작에 사용될 기회만이라도 열어 달라는 절박한 호소다. 실제로 EMU-150 2차 계약분(208칸)의 경우 협력사들이 발주처의 독려에 맞춰 납품 준비를 마쳐가던 상황에서 회생 신청으로 납품이 중단됐다는 점에서 억울함은 더욱 깊다. 협력사 입장에서는 팔 수도, 쓸 수도 없는 재고가 공장을 채우고 있는 셈이다. 협력사들은 코레일이 계약을 해지한 EMU-150 2차분(계약 수량 208칸 중 잔여 180칸)만이라도 회생법원 관리 아래 있는 다원시스를 통해 정상적으로 이행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서울시 5·8호선 전동차 298칸 물량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협력업체들은 기존 생산 체계를 유지한 채 사업이 이어져야만 이미 제작된 부품과 재공품의 활용이 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철도 협력사 비대위는 탄원서를 통해 이 문제를 단순한 경영 위기가 아닌 대한민국 철도산업 생태계 전체의 위기로 규정한다. 이들 업체에 축적된 숙련 인력과 현장 기술은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국가적 자산이다. 이들의 희생과 고통이 밑거름이 돼 오늘날의 K철도가 존재한다. 공급망이 붕괴되면 어렵게 키워낸 기술 인력이 업계를 떠나고, 이를 복원하는 데 몇 배의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이번 사태로 발생하는 공급망 붕괴의 경제적·사회적 손실이 결국 누구의 책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원시스 철도 사업 정상화 촉구 협력사 비상대책위원회는 국토교통부 장관, 코레일 사장, 수원회생법원, 국토교통위원회를 수신처로 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1조 원 ‘보증 폭탄’… 현실적 해법 필요성 커져

이번 사태에는 또 하나의 숨겨진 뇌관이 있다. 다원시스에 지급 보증을 제공한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이 대위변제해야 할 금액이 8000억 원에서 최대 1조 원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은 법적으로는 민간 법인이지만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 적용을 받는 준공공 성격의 기관이다. 감리와 설계 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엔지니어링 기업 3000여 개 회원사의 출자금으로 운영된다. 정부가 업무 보고와 자료 제출 요구, 장부 검사, 시정 명령 등 각종 지도 감독권을 보유한 기관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단일 사고로 자산의 절반에 육박하는 보증 사태가 발생한다면 조합 전체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철도차량 산업을 넘어 국내 보증보험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번질 수 있는 사안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발주처가 다원시스 사태 해결을 위한 현실적 해법 마련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한 기업의 회생 여부를 넘어 협력업체들의 생존권 보호와 일반 시민들의 안전한 이동권 보장, 나아가 막대한 보증채무 부담에 직면한 보증보험사의 책임 범위 조정 문제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절차적 난점과 제도적 한계가 뒤따를 수 있으나 관계 부처와 기관들이 공동 대응에 나설 경우 현실적인 해법 도출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다만 현 사태의 책임이 있는 기존 다원시스 경영진에게 다시 기회를 부여하자는 의미의 ‘특혜’와는 분명히 구분된다. 다원시스는 회생 절차에 들어간 이후 상당수 인력이 이탈하며 기존 사업 수행 역량 역시 크게 약화된 상태다. 또한 현재 다원시스는 회생법원의 관리 아래 있는 만큼 구조조정이나 채무 조정과 충돌할 수 있는 행위는 모두 법원의 허가를 전제로 매우 제한적으로만 가능하다. 사실상 법원의 엄격한 관리·감독 아래 운영되고 있어 다원시스나 기존 경영인 개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독자적인 의사결정이나 사업 추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러한 가운데 협력업체와 엔지니어링공제조합 등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풀어낼 현실적 대안으로 회생법원의 승인을 전제로 엔공의 대위변제 대신에 실물 면제를 허용해 ‘위탁생산 관리인 체제’ 아래 제한적으로 사업을 완성하는 방안이 일각에서 거론되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생법원이 인정한 관리 체계 아래 기존 생산분을 활용해 잔여 물량 일부를 마무리하자는 취지다.

이는 다원시스의 회생 자체를 지원하기 위한 성격이라기보다 이미 생산에 참여한 협력업체들의 생존 기반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이미 제작된 부품과 자재가 그대로 매몰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어 연쇄적인 경영난과 도산 위험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필요한 추가 제작 비용 역시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의 보증채무 범위 내에서 현실적으로 정산·변제하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 코레일과 같은 발주처가 추가 재정을 부담하지 않으면서도 기존 공급망 피해를 일부 줄일 수 있는 방안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생산된 부품과 공급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즉각적인 대응 시나리오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골든타임은 지금, 범정부 결단이 필요한 시간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연장선은 이번 사태가 철도 대란으로 현실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선로 공사는 2027년 말 부분 개통을 목표로 공정률 57%를 넘어섰지만 투입할 전동차가 없는 황당한 상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천시는 신규 발주 방식으로는 전동차 도입이 최소 5년 이상 지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선로가 완성돼 가는데 달릴 열차가 없는 이 어처구니없는 장면이 지금 대한민국 철도 위기의 본질을 가장 잘 요약한다.

코레일 역시 이미 폐차 시점을 넘긴 무궁화호 차량의 수명을 연장해 운행하는 가운데 노선을 줄이고 객차를 돌려막는 임시방편으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수백억 원을 추가 투입해 노후 차량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업계에서는 이 역시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시간 벌기에 가까운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아무리 안전 진단을 거치고 안전설비와 기능을 전면 교체한다고 하더라도 노후 차량이라는 근본적 한계는 피할 수 없다. 노후 차량 특성상 운행이 길어질수록 고장 가능성과 대형 사고의 위험은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결국 매일 국민 수백만 명이 의지하고 이용하는 대중교통과 철도 교통망의 안전 골든타임이 소리 없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과 철도 협력사 비대위는 이구동성으로 “지금이 결단의 시간”임을 강조한다. 다원시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협력업체들의 생존권은 물론 국민들의 안전하고 신속한 이동권 보장, 막대한 보증채무 부담에 직면한 보증기관의 책임 한계 조정까지 함께 풀어낼 수 있는 현실적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다원시스의 현장 숙련 인력이 흩어지고 조립 라인의 부품과 자재가 고철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관련 부처, 코레일, 서울교통공사, 법원이 한 테이블에 앉아 규정의 기계적 적용이 아닌 국가적 차원의 실질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번 사태는 어느 한 기업의 경영 실패로만 볼 수 없다. 최저가 입찰이라는 구조적 결함, 계약 이행 능력을 검증하지 못한 제도의 허점, 이를 수십 년간 방치한 감독 기관들의 역할 공백이 차례로 맞물린 결과다. 다원시스의 잘못된 경영으로 촉발된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슬기롭게 헤쳐 나간다면 K철도가 한층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 첫걸음은 원론적 신규 발주를 넘어 선의의 피해자들을 위한 정부와 발주 기관의 지혜를 모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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