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콩고서 변종 에볼라 번져 139명 사망 한타바이러스, 각국 떠도는 크루즈서 감염 코로나 이후에도 국제사회 방역 공조 미비 무력분쟁-온난화도 감염병 확산 부추겨
20일(현지 시간)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루암파라의 한 의료소에서 적십자 대원들이 에볼라 감염으로 사망한 희생자 시신을 운구한 후 방역하고 있다. 2026.05.21 [루암파라=AP/뉴시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18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총회(WHA) 개막식에서 최근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들고 있는 두 감염병 발발 사태를 우려했다. WHO와 세계은행이 국제 보건 위기 대응을 위해 2018년 공동 설립한 전문가 그룹인 글로벌준비태세감시위원회(GPMB)도 같은 날 보고서를 통해 “국제사회가 또 다른 팬데믹을 대비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GPMB는 두 감염병의 전파 속도와 규모가 매우 우려스럽고 기후 위기,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분쟁, 각국의 이기주의가 감염병 사태에 대한 국제 공조를 저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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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두 감염병의 국내 감염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정부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응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17일 에볼라바이러스 대비를 위한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대책반을 구성했다. 또 19일에는 콩고민주공화국, 이웃 우간다와 남수단 등을 중점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했고 에티오피아와 르완다 등도 추가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점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국가를 방문하거나 체류한 입국자는 검역정보 사전 입력 시스템(Q-CODE) 등을 통해 건강 상태 등을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 변종 에볼라로 사망자 속출
에볼라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발열성·출혈성 질환이다. 과일박쥐 같은 야생 동물을 통해 인간에게 전파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초기에는 발열, 구토, 설사, 복통 등이 나타난다. 중증으로 진행되면 출혈, 백혈구 및 혈소판 감소, 간 효소 수치 증가 등을 동반한다. 감염자 혹은 사망자의 혈액, 체액 등에 직·간접적으로 접촉하면 감염된다. 의료진, 환자를 돌보는 가족 등에게 전파되기 쉬운 구조다.
에볼라는 1976년 민주콩고에서 처음 발견됐다. 2018년과 2020년 이 일대에서 에볼라가 유행했을 때 각각 약 230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나왔을 정도로 치사율이 높다. 한국 또한 제1급 감염병으로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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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디부조 변종은 2007년 우간다의 분디부조에서 처음 발견됐다. 체내 증식 속도가 느리고 진단 체계가 부족해 자이르 변종에 비해 방역이 어렵다. 지난달 24일 민주콩고 북동부 이투리주 일대에서 첫 에볼라 의심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도 현지 보건 당국은 자이르 변종에 대한 검사만 실시했다. 당시 많은 감염자의 검사결과가 음성으로 나왔다. 이로 인해 초기 대응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20일 기준 민주콩고 내 에볼라 의심 사망자만 최소 139명, 의심 환자는 600명을 넘었다. 15일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의심 사망자 65명, 의심 환자 246명을 발표한 것과 비교하면 불과 닷새 만에 의심 사망자와 의심 환자가 두 배 이상 늘었다.
발병 지역도 확대되는 추세다. 최초 발병지 이투리주를 넘어 북키부주, 남키부주 등에서도 환자가 보고됐다.
미국인의 에볼라 감염 사례도 확인됐다. 미 CBS방송은 민주콩고에서 의료 선교 활동을 하던 미국인 의사가 이미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이 의사를 포함해 최소 6명의 미국인이 에볼라에 노출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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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또한 이번 사태의 긴급 대응을 위해 390만 달러(약 58억5000만 원)의 비상 자금을 승인했다. 민주콩고에 현장 대응팀과 물자도 투입했다.
● 한타바이러스 공포도 확산
최근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 넣은 또 다른 감염병은 한타바이러스다. 1976년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규명된 감염병으로 당시 ‘한국의 파스퇴르’로 불리는 고(故) 이호왕 박사가 경기 북부 한탄강 인근 들쥐에서 원인 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분리해 냈다. 발견 지역의 이름을 따 당초 ‘한탄바이러스’라고 명명했지만 이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과정에서 ‘한타바이러스’로 바뀌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 등 설치류의 배설물이 건조되며 생긴 먼지를 들이마실 때 감염된다. 감염되면 약 6주의 잠복기를 거쳐 갑작스러운 고열, 심한 두통, 복통, 요통, 출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할 경우 신부전도 생긴다. 특별한 예방법이나 치료제가 없어 감염 시 격리 및 증상 완화 치료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다만 조기에 치료 받으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한타바이러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리보핵산(RNA) 바이러스다. 코로나19, 사스(SARS·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 21세기 들어 크게 유행한 중증 호흡기 질환 또한 모두 RNA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했다.
지난달 1일 아르헨티나 최남단 우수아이아를 출항한 네덜란드 국적 크루즈선 ‘MV혼디우스’호에서 한타바이러스의 일종인 안데스바이러스 감염자들이 발생했다. 이달 4일부터 발병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21일 현재 23개국에서 온 탑승객과 승무원 약 150여 명 중 3명이 숨졌다.
● 감염병 국제 공조 태부족
세계 곳곳에서 감염병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공조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GPMB는 우선 온난화와 환경 파괴로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동물 서식지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동물 서식지가 인간 주거지와 겹치면서 인수공통감염병의 발생 위험 또한 커졌다는 의미다.
국제 분쟁 또한 보건 위기 대응을 어렵게 한다. 민주콩고의 무장세력들은 민간인과 의료시설 또한 닥치는 대로 공격한다. 주민들은 현지 보건 당국을 불신해 치료를 기피하고 있다.
주요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양극화 또한 감염병 확산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특정 감염병에 대한 검사와 치료에 대한 접근성은 발생 비율과 사망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선진국 위주로 이뤄진다. 정작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한 민주콩고 같은 빈국은 소외된다.
2022년 5월~2025년 9월 전 세계적으로 엠폭스(MPOX·원숭이두창)가 발생했을 때 민주콩고, 가나, 라이베리아 등 아프리카의 주요 피해국에 백신이 도달하기까지 거의 2년이 걸렸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코로나19 백신 배포에 걸린 17개월보다 더 느린 속도라고 지적했다.
GPMB는 각국 지도자들에게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공조, 백신·치료제에 대한 공평한 접근을 보장하는 ‘팬데믹 협약’을 맺으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감염병 위기가 더 자주, 더 크게 닥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전 세계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 한국 내 확산 가능성은 낮아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에볼라바이러스 혹은 한타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한다 해도 확산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주요 발생국에 비해 보건의료 인프라와 인력이 풍부한 만큼 항체 치료제 등을 통해 증증화를 최대한 막아 치명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에볼라가 유행 중인 우간다에는 적지 않은 교민이 거주해 예의 주시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해당 지역에서 온 입국자를 잘 격리하면 감염원에 노출될 확률이 높지 않”고 말했다. 또 “아직까지 국내 유입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질병청은 한타바이러스도 국내 발생 위험은 일단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관련 대응을 위해 위기관리 전문위원회를 열고 구체적인 대응 지침 또한 논의하는 등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기로 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