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다쓰야 ‘사형’ 중
김이향 작가·‘다음 리카에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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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는 ‘내가 가족이라면’이라고 상상하는 일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한다. 먼저 필요한 것은 자신이 제3자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일이다. 당사자가 아니니 말할 수 없다고 물러서는 것도, 자극적인 사건을 잠시 소비하고 잊어버리는 것도 아닌 태도 말이다. 개인의 비극으로만 남겨 두지 않고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는 일. 이는 제3자에게만 가능한 역할일지 모른다.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며 오래 멈췄다. 우리는 어떤 문제에서는 당사자이고, 또 다른 문제에서는 제3자다. 재일 한국인 3세인 나는 때로 당사자의 언어로 말한다. 그러나 동시에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누구의 제3자인가. 제3자로서 무엇을 보고, 어디까지 말할 것인가. 당사자의 고통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등을 돌릴 수도 없다. 세상은 어쩌면 그 애매한 거리 위에서 유지되는지도 모른다. 타자의 자리에 선 사람들이 문제를 잊지 않고 바라보려 할 때, 사회가 무너지는 것도 조금은 어려워진다.
김이향 작가·‘다음 리카에게’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