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마약류 재소자 늘어 ‘흉포화’ 사고 작년 1873건…4년새 600건 늘어 교도관 방호복도 없이 위험 노출 빈번 폭행 당해도 기동순찰팀 요청이 최선 위험수당도 없어…“처우 개선 시급”
“제가 교도관이라는 걸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가족들에게 제일 미안하죠.”
지방의 한 교도소에서 근무 중인 15년 차 교도관 김재민 계장(52·가명)은 지난해 여름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한 수용자에게 멱살을 잡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집에 있는 가족들 생각이 가장 먼저 났다고 했다. 수용자는 자신에게 전화 사용을 허락하지 않는다며 갑자기 김 계장의 멱살을 움켜쥐고 “이 개XX야 뭐 하고 있느냐”며 위협을 가했다. 순간 수용동 분위기가 술렁였다. 김 계장은 별다른 진압 장비 없이 수용자 10여 명을 인솔하고 있었다. 난데없이 멱살을 잡힌 김 계장이 할 수 있었던 최선의 대처는 곧바로 허리춤의 무전기를 잡고 기동순찰팀 지원을 요청하는 것뿐이었다.
김 계장은 “현장은 늘 찰나의 순간에 결정된다. 한 명이 흥분하면 주변 수용자들도 같이 웅성거리기 시작하고 집단 난동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수용자는 이후 수갑과 보호장비에 의해 가까스로 제압당했다. 김 계장은 “이럴 때마다 분노보다는 자괴감이 먼저 든다. 내가 무능한 남편이고 아빠 같다는 생각이 들어 더 허탈해진다”고 털어놨다. 12일 김 계장이 일하는 교도소에서는 다른 수용자와 언쟁을 벌이던 수용자를 교도관이 제지한 뒤 흥분을 가라앉혀 다시 수용동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수용자가 갑자기 교도관을 향해 수차례 발길질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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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5일 한 교도소에서 수용자가 상의에 숨겨 나온 17cm 길이 볼펜으로 교도관의 좌측 후두부를 가격해 상처가 난 모습. 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 “가족 살해하겠다” 협박에 인분 투척까지
교정시설 안에서 교도관 폭행과 협박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2024년 3월에는 한 수용자가 상의 안에 숨겨둔 17cm 길이 볼펜으로 교도관의 좌측 후두부를 내리쳤다. 같은 해 4월 다른 구치소에서는 수용자가 내부에 설치된 인터폰을 누르며 “다 죽여버린다”고 소리치고, 출동한 직원들에게 “XX 눈을 찍어버린다”며 볼펜을 들고 위협하기도 했다. 교도관을 향해 오물과 인분을 투척하거나 가족을 찾아가 살해하겠다고 협박하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한 교도소에서는 수용자가 교도관 4명을 상대로 폭행과 난동을 벌였다. 지시 불이행으로 수용관리팀 사무실로 이동하던 수용자는 직원들에게 욕설을 퍼붓더니 보호장비 착용 과정에서 교도관 2명의 팔을 깨물었다. 이 수용자는 다른 직원 1명의 낭심 부위를 무릎으로 가격했고, 또 다른 직원을 몸으로 밀쳐 안경을 박살 냈다.
지난해 3월에는 수용자 간 욕설과 난동을 제지하던 교도관이 수용자에게 깨물려 다발성 열상을 입고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 같은 해 1월에는 상담 중이던 수용자가 자신이 불이익을 받게 될 것 같아지자 갑자기 일어나 교도관의 입술 부위를 주먹으로 가격하기도 했다.
지난달 한 교도소에서 수용자가 교도관 4명을 상대로 난동을 벌이다 이를 제지하는 교도관의 팔을 깨물어 상처를 냈다. 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지난해 1월 15일 수용자를 상담하던 교도관이 수용자로부터 갑자기 주먹질을 당해 입술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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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 당국 안팎에서는 한계를 넘어선 교도소 과밀수용이 물리적 충돌이 잦아지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 교정본부에 따르면 전국 교정기관 수용 인원은 2021년 하루 평균 5만2368명에서 올해 6만3680명으로 급증했다. 올해 전국 54개 교정기관 가운데 30곳이 수용률 120%를 넘겼다. 교정사고 발생 건수도 2021년 1278건에서 지난해 1873건으로 늘었다. 하루 평균 4.5건 이상의 교정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직원을 폭행해 징벌받는 수용자는 매년 600명이 넘는다. 수용자 간 폭행을 벌여 징벌받은 수용자도 2019년 4538명에서 지난해 7048명까지 증가했다. 지난달 전라남도의 한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한 수용자는 “과밀 수용 상태에서 여름만 되면 매일 싸움과 폭력 사태가 일어난다”며 “재소자들과 교도관 사이 마찰이 잦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교정 현장 부담을 키우는 또 다른 원인은 정신질환·마약류 수용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정신질환 수용자는 2021년 4869명에서 올해 6345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마약류 수용자도 1849명에서 7429명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성폭력 수형자와 고령 수용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김 계장은 “현재 내가 관리하는 수용자가 100명 가까이 된다”며 “운동 담당 근무자들은 한 번에 40~50명을 상대하며 근무하는 경우도 많아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교도관들의 안전 장비도 충분치 못한 게 현실이다. 예산 등의 문제로 모든 교도관이 방호복을 입고 근무하기 어려운 것. 그러다 보니 수용자의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당장 현장에 있던 교도관이 대응하기보다 방어용 조끼와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기동순찰팀을 호출하는 게 매뉴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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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7일 소란을 일으킨 수용자가 자해를 시도하자 이를 제지하던 교도관이 이마 부위에 상처를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 상처 아물기도 전 다시 현장으로…위험근무수당 ‘0원’
문제는 이런 위험에도 교정직 공무원에 대한 보호나 보상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교도관들은 수용동에서 근무하더라도 별도의 위험근무수당을 받지 못한다. 경찰이나 소방 공무원처럼 위험 직군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의 한 교도소에서 근무하는 이진규(43·가명) 씨는 “교정 직원의 수당은 10년 전에 비해 변한 게 거의 없는데 인력이 부족해 근무 시간 등 여건은 더 열악해지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폭행 피해를 입더라도 교도관들은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장기 입원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병가를 내고 병원비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 사비를 털어 병원 치료를 받는다. 부족한 인력 상황에 자리를 오래 비우게 되면 동료에게 미안한 마음에 상처가 다 낫기도 전에 현장으로 복귀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교도관들은 현장에서 정당한 물리력 행사조차 무분별한 민원과 고소로 이어지고 있어 압박을 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정 공무원 7198명이 피고소·고발됐지만 실제 기소 사례는 1건에 불과했다. 이처럼 누적된 스트레스는 교정 공무원 정신건강 악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2024년 보건복지부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교정 공무원의 자살 경험률은 6.7%로 일반 성인 남성(2.5%)에 비해 2.7배가량 높았다. 교도관 출신 김송이 변호사는 “교도관들은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다른 제복 근무자들에 비해 처우가 열악하다”며 “다른 제복 근무자들에게 지급되는 위험수당을 교도관들에게도 지급해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성수 법무부 교정관은 “수용시설 초과밀 수용의 고착화와 직원 폭행의 일상화로 인해 교정 공무원의 직무 위험성은 한계치에 달했다”며 “국가 치안 질서 유지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에게 위험근무수당 신설은 단순한 처우 개선을 넘어 국가 범죄 대응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밝혔다. 김 계장은 “내가 교정 시설에서 15년을 근무했는데 처음 일하기 시작할 때부터 위험근무수당이 필요하다는 선배들의 말을 계속 들어왔지만 바뀌는 게 전혀 없었다”며 “사명감으로 감내해 온 직원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