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개국 1980~2024년 변화 추적 서구 선진국 소아비만 먼저 둔화… 1990년대 감소해 2000년대 정체 동아프리카-남미선 증가세 가속… “비만 속도 줄일 정책 수립 필요”
과거 선진국에서 비만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저소득 국가의 비만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마지드 에자티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 글로벌환경보건학과 교수를 비롯한 전 세계 2000여 명의 과학자로 구성된 건강 연구 네트워크 ‘NCD 위험 요소 협력(NCD-RisC)’ 연구팀이 200개국을 대상으로 1980∼2024년 비만 유병률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조사하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4일 발표했다.
● ‘비만 속도’ 개념 도입해 비만 유병률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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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과 유엔의 기준에 따른 국가 분류 지도. 가장 진한 색으로 칠한 지역이 선진국, 그 다음으로 진한 지역은 개발도상국, 가장 연한 지역은 최빈국이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연구팀은 ‘비만 속도’라는 개념을 도입해 연간 비만 유병률의 변화량을 산출했고 통계 모델을 이용해 국가별, 연령별, 성별 비만 궤적을 살폈다. 비만 속도 개념을 도입하면 현시점 비만 유병률뿐 아니라 매년 비만이 얼마나 빠르게 증가하거나 감소하는지 알 수 있다.
비만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확인된 국가는 비만을 막기 위한 정책 개입이 시급한 상태로 평가할 수 있다. 학교 급식이 개선된 시점이나 설탕세를 도입한 시점 등이 비만 유병률에 미친 영향을 민감하게 포착할 수도 있다.
● 선진국은 둔화 또는 정체… 개발도상국은 가속화
1980∼2024년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비만 유병률은 국가별로 매우 다른 경향성을 보였다. 서유럽, 북미 등의 고소득 국가들은 연구 대상 기간 초기 비만 인구가 빠르게 늘었지만 이후 대체로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정체됐다. 가장 빠르게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한 나라는 덴마크로 1990년 남녀 모두에서 증가세가 완만해졌다. 아이슬란드, 스위스, 벨기에, 독일 등도 덴마크와 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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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 위치한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에서는 비만 인구 증가 속도가 가속화됐다. 에티오피아, 르완다 등 동아프리카 국가는 2024년 비만 유병률이 5% 미만으로 낮았지만 비만 속도는 분석 시작 시점인 1980년 이후 가장 가파른 곡선을 그린 것으로 분석됐다. 브라질, 칠레 등의 국가는 2024년 30∼40%의 높은 유병률을 기록하고도 여전히 정체가 아닌 가속화 곡선을 그렸다.
서구권 고소득 국가 기준 아동·청소년의 비만 증가세는 성인보다 10년 일찍 둔화되기 시작했다. 아동·청소년은 1990년대부터 둔화돼 2000년대 중반 정체기에 진입했다. 성별에 따라 비만 유병률이 정체 단계에 들어서는 시점도 국가별로 달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비만 속도라는 개념을 통해 연간 변화율을 측정하고 변화를 세밀하게 정량화했다. 비만을 일률적인 글로벌 유행병으로 보지 않고 국가의 경제 수준과 정책적 대응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광범위하게 입증했다는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나라별로 각기 다른 추세를 파악하는 것은 비만 증가의 근본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비만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 수립에 이번 연구가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융합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비만 유병률을 살펴 비만을 유도하는 환경적 힘이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비만 유병률이 낮은 나라들의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으며 앞으로의 세계 비만 지형은 저소득·중소득 국가의 공중보건 위기로 무게 중심이 이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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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