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전문가 ‘혁신금융’ 토론 “아세안 VC, 핀테크-그린테크 집중… 성숙된 투자생태계 덕 생산성 개선” “벤처정책 목표, 창업 기업 아닌 글로벌 기업 육성으로 바뀌어야”
1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혁신금융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빅터 추아 말레이시아 빈캐피털 창업자,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신석인 딜로이트컨설팅 금융전략 전무(왼쪽부터)가 토론에 참석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창조적 파괴의 시대, 혁신금융의 길’이란 주제로 열린 ‘2026 동아국제금융포럼’에 연사로 참여한 빅터 추아 말레이시아 빈캐피털 창업자는 아세안의 벤처 투자 생태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추아 창업자는 말레이시아의 첫 유니콘(1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스타트업) 기업인 ‘카섬(Carsome)’을 발굴해 성장시킨 인물이다.
이날 포럼에서는 ‘K-금융과 글로벌 생산적 금융의 만남’이란 주제로 국내외 혁신 금융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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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아 창업자는 벤처캐피털 ‘투자’를 ‘투기’로 여기는 일각의 시선을 반박했다. 그는 “2015년 아세안에서 20억 달러의 벤처 투자가 이뤄졌고 여기서 약 320억 달러의 매출액이 창출됐는데, 지난해에는 100억 달러의 투자가 3200억 달러에 달하는 매출액을 낳은 것으로 추산된다”며 “성숙된 투자 생태계와 인프라 덕에 10년 전보다 생산성이 크게 개선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 아세안에서 핀테크와 데이터센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각각 13억 달러(약 1조9400억 원)로 여러 산업 중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며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AI 인프라를 엄청나게 구축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모험자본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전문가들은 은행, 보험 등 금융회사들이 생산적 금융을 실천하려면 모험자본에 대한 선입견부터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최근 5년 새 청산된 대부분의 벤처 펀드들이 연평균 9∼13% 사이의 수익률을 달성했다”며 “모험자본으로 불리는 벤처캐피털에 대한 선입견이 강하지만 이 정도 성과가 꾸준히 나오는 점을 고려하면 위험한 금융 기법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금융회사들의 지배구조(거버넌스)를 바꿔 임직원들의 모험자본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신석인 딜로이트컨설팅 금융전략 전무는 “인력과 평가 체계는 외부에 맡기는 게 가능하지만 거버넌스는 그렇게 할 수 없다”며 “금융기관 임직원들이 모험자본 등 생산적 금융에 대한 위험을 감수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금융기관이 관련 위험을 직접 감수하는 거버넌스가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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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금융사처럼 위험(리스크)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내려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추아 창업자는 “수년간 일본 금융사들과 소통하며 이들이 리스크의 개념을 새롭게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과거에는 ‘리스크=손실’이었지만 최근에는 산업 전환을 놓치고 있지 않은지, 새로운 기회를 놓치고 있진 않은지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토론 좌장을 맡은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금융이 혁신을 견인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며 “이런 전환을 점진적인 과정이 아닌 ‘창조적인 파괴’의 관점에서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