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나 대구 연암도서관장이 말하는 초등 학부모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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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낸 학부모는 모르는 게 많다. 교사와 어떻게 상담할지, 어떻게 아이가 스스로 하게 만들지, 학교 공부를 가정에서 어떻게 도울지, 아이의 진로는 어떻게 계획할지 등 걱정되는 것 투성이다.
초등학교 교사로 36년간 재직한 후 현재 연 200회 이상 학부모 강연을 하는 최순나 대구 사립공공연암도서관장은 “아이들은 어른의 염려보다 의젓하고 성숙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며 “학부모는 아이를 믿어 주고 응원하면 된다”고 했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최순나 대구 사립공공연암도서관장은 “많은 부모가 끝없는 희생을 생각하며 죄책감을 느끼지만 부모는 문제 해결사가 되면 안 된다”며 “아이가 서툴더라도 믿고 기다려 주라”고 강조했다. 최순나 관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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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학교에서 받아온 안내장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을 보여 주면 아이의 무의식은 기억한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참 소중한 곳이고, 그런 곳에서 배우는 나는 괜찮은 아이야’라고 말이다. 평소에 부모가 학교와 교사를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자녀에게 ‘학교에서 잘 배우고 오라’고 한다면 아이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새 학년이니 아이에게 ‘왠지 올해는 더 좋은 것 같다’며 학교와 교사에 대한 설렘을 심어 주면 좋다. 아이에 대해 무작정 걱정하지 말고 잘 해낼 거라고 신뢰하면 학교와 교사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문제가 되는데 교사와 어떻게 대화하면 좋은가.
“아이가 학교생활에서 어려운 일에 직면했을 때 교사가 개입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면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솔직하게 ‘아이가 어떤 일로 힘들어하니 교사가 알아봐서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하면 된다. 이때 부모의 마음이 중요하다. 학교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곳이다. 다칠 때도 있고, 속상한 일도 있고, 때론 어른의 시선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내 아이에게 일어날 수 있는지, 교사는 왜 이런 일을 모르고 있느냐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도 부모도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부모에게 자녀의 교과서를 읽어 보라고 권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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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공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가족과 함께 하는 어떤 활동도 의미 있다. 요리하면서 kg과 g 단위를 써 보는 것, 식탁에 앉아 같은 책을 주제로 대화하는 것, 가정에서의 노동에 함께 참여하는 것 모두 해당한다. 수업에서 교사들은 ‘본 적 있나요? 들은 적 있나요? 해 본 적 있나요?’라고 자주 묻는다. 이때 답할 것이 많은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가정에서 도와주면 의미 있는 선행학습이 된다.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공부 환경은 부모다. 특히 초등학교 시절에는 아이가 부모의 숨소리를 함께 들을 수 있는 공간에서 지낼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 많이 권하는 거실 공부도 같은 맥락이다. 아이에게 방에 들어가서 공부하라고 하지 말고, 가능하다면 같은 공간에서 각자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게 좋다.”
―아이가 숙제와 준비물 챙기기 등을 스스로 할 수 있게 하려면….
“부모가 미리 챙기지 않으면 숙제를 안 하고 준비물도 안 가져갈 것 같은 불안을 내려놓고 기다려 본다. 잘 안 되면 그때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미리 다 해주고 나서 아이가 스스로 안 한다고 원망하면 안 된다. 부모가 많은 것을 대신 해 왔다면 하나씩 아이에게 넘기는 오랜 연습이 필요하다. ‘숙제는 스스로 하는 거야. 기다려줄게. 잘 안 되면 도움을 요청해. 언제든 도와줄게’ 라고 말한다.”
―아이가 단원평가나 받아쓰기 등 시험을 제대로 못 봤을 때는 어떻게 말할까.
“아이가 20문제 중 3문제를 틀렸다면 많은 부모가 틀린 문제를 먼저 본다. 그리고 ‘문제 끝까지 읽으라고 했지. 정신 차리라고 했지. 한 번 더 확인하라고 했지’ 등으로 말한다. 하지만 아이는 정신 차리고 문제를 끝까지 읽고 확인했기 때문에 17문제나 맞힌 것일 수 있다. ‘19번 문제는 까다로워 보이는데 어떻게 잘 풀 수 있었어?’라고 물어봐 주면 어떨까. 아이의 학습 결과보다 과정을 먼저 봐주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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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이의 40∼80대를 그려 보자. 지금 내 품에 있을 동안 무엇을 줘야 할지가 명확해진다. 면역력, 심폐지구력, 따뜻한 마음, 사랑받아 본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키워야 내 아이의 70대도 찬란할 수 있고 생명의 마지막 순간까지 잘 살아낼지를 생각하면 다르게 보일 수 있다. 긴 호흡으로 조바심을 내려놓자. 부모가 먼저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아이들도 간절히 바란다. 부모가 죄책감을 갖거나 무작정 희생하려고 하지 말고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
―친구 같은 부모, 자녀의 감정을 잘 이해해 주는 부모를 강조하는 분위기도 있다.
“아이를 존중만 하고 교육하지 않는 가정이 있다. 아이 감정은 존중하되 약속은 단호하게 가르쳐야 한다. 권위적인 부모가 아닌 권위 있는 부모가 돼야 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친구의 역할만 하면 아이는 배울 수 없다. 부모의 모범과 권위로 아이는 세상을 살아갈 방법을 배워야 한다. 제대로 된 가정 교육 없이 학교 교육만으로 아이들이 온전히 잘 자랄 수는 없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