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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파죽지세다. 8일 코스피는 7,500 선 턱밑에서 장을 마치며 4거래일 연속으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증시는 뜨겁다못해 데일 지경이지만 체감 경기는 냉골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년 만에 기준선인 100 아래로 내려앉았다. 주식 계좌가 두둑해졌는데도 사람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다. 자산 가치가 오르면 씀씀이도 커진다는 이른바 ‘자산효과(Wealth Effect)’가 유독 한국에선 잘 드러나지 않는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보면 2011∼2024년 가계의 주식 자산이 1만 원 늘어날 때 증가하는 소비는 130원 남짓에 불과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서 300∼400원이 소비 증가로 연결되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다. 한국에서 주식 자산효과가 잘 작동하지 않는 것은 가계에서 주식을 많이 들고 있지 않아서다. 가계의 주식 보유 비중은 전체 자산의 7%에 불과하다. 주가가 많이 올라도 소비를 늘릴 수준만큼의 자산 증가를 체감하기 어렵다.
▷그나마 벌어들인 주식 소득의 상당 부분은 소비가 아닌 부동산으로 흘러갔다. 한은은 무주택 가계의 경우 주식 자본이득의 약 70%를 부동산 자산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서울 주택 매입 자금 중 주식·채권 매각대금 비중은 지난해 5월 4.9%에서 올해 1월 8.9%로 치솟았다. ‘무리하게 빚을 내더라도 집은 사야 한다’는 부동산 불패 신화는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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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난해부턴 상황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 국내 가계가 주식의 매매 차익으로 벌어들인 돈은 429조 원으로, 직전 14년 연평균인 20조 원의 20배가 넘는다. 주식을 보유한 개인도 2019년 말 612만 명에서 지난해 말 1442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안정적인 투자환경을 조성해 한국 증시도 장기 우상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부동산 불패’ 신화를 꺾어 주식으로 번 돈이 부동산으로 쏠리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주식시장이 기업과 내수를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