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기 시대부터 ‘부성’ 생겨나 가족관계에 따라 아버지 상 변화 ◇아버지의 역사/어거스틴 세지윅 지음·김재용 옮김/384쪽·2만4000원·지식의날개
그러나 이런 아버지의 모습은 과거와 사뭇 다르다. 가부장제로 대표되던 부성(父性)은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혈통과 상속, 사회를 떠받쳐 온 개념이었던 ‘부성’은 어떻게 달라지게 된 걸까. 그 전에, 이 개념은 대체 언제 어떻게 탄생한 걸까. 저명한 역사학자인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부성이 탄생하고 변모해 온 긴 역사를 쫓으며 그 답을 찾아간다.
책은 부성의 태동이 청동기 시대에 이뤄졌다고 설명한다. 정착생활을 시작한 뒤 남성들은 농사와 목축, 이동과 교역, 전쟁에 나섰다. 자원을 손에 쥔 남성들에게 자녀 양육은 부차적인 것이 됐고, 여성들의 생식능력 또한 관리해야 할 또 하나의 자원으로 여겨졌다. 즉, 사유 재산의 개념이 본격화되면서 여성과 그들이 낳을 자녀의 노동력이 통제 대상이 됐다. 이것이 남성성의 토대가 됐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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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가수 밥 딜런을 통해 현대의 부성을 설명하는 장이다. 딜런은 한때 사회 변화를 외치는 반항아였다. 아버지를 폭군처럼 여겼던 그는 지머먼이란 본래 성을 버리고 열아홉 살에 집을 떠났다. 그러곤 1년 만에 컬럼비아 레코드와 계약을 따냈는데, 당시 음반사는 그를 ‘대의를 갖춘 반항아’로 홍보했다. 실제로 그는 여러 노래를 통해 가부장제에 반기를 들었고, 이는 여성운동과 반전운동 등의 주제가로 쓰였다.
하지만 1973년 그가 낸 노래 ‘포에버 영’은 달랐다. 1965년 세라 로운즈와 결혼한 딜런은 이 곡을 통해 아버지로서 자녀들과 자신에게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 그는 가족을 지키는 아버지로서 모든 것이 그대로이길 바라며 노래했고,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은 그의 첫 번째 빌보드 1위 앨범이 됐다. 저자는 “딜런은 전후 사회에서 권위적인 ‘아버지’가 자녀와 정서적으로 교류하는 ‘아빠’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부성은 이런 형태를 유지하게 될까. 저자는 “과거의 아버지 상을 되살리려는 시도는 이미 변화한 현실을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며,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면서도 “바로 이런 시도가 다시금 남성과 아버지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관념을 모색하고 있음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결국 ‘좋은 아버지’에 대한 답은 없으며, 우리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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