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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순직 부른 영흥도 ‘밤 해루질’ 여전

입력 | 2026-05-08 04:30:00

내리 갯벌 일대 무단 출입 8명 적발
고립 사고 29건… 작년 대비 2배↑
과태료 100만→300만 원으로 상향
연안사고예방법 개정안 시행 예정



2일 오후 9시 53분경 인천 옹진군 영흥도 내리 갯벌에서 야간 출입 통제 조치를 위반한 채 해루질을 하던 일행 5명이 해경에 적발되고 있다. 인천 해양경찰서 제공


지난해 해루질을 하다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구하려던 해양경찰관이 순직하면서 인천 영흥도 내리 갯벌 일대가 출입 통제 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여전히 위험천만한 해루질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적으로 해루질 중 갯벌에서 숨지거나 실종되는 사고가 증가할 조짐을 보이면서 해양경찰이 대응 강화에 나섰다.

7일 인천 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올 1월 옹진군 영흥도 내리 갯벌 일대가 출입 통제 구역으로 지정된 뒤 현재까지 출입 제한 조치를 위반해 해경에 적발된 인원은 8명에 이른다. 2일 오후 9시 53분경에는 일행 5명이 육상에서 약 1.5km 떨어진 내리 갯벌에 들어가 해루질을 하다 적발됐다. 이들은 일몰 후 30분∼일출 전 30분까지 출입이 통제된 내리 갯벌에서 구명조끼도 착용하지 않은 채 무단으로 해루질을 하다가 해경에 붙잡혔다.

앞서 지난달 15일에도 40∼50대 남성 2명이 이곳에서 야간 출입 통제 조치를 어기고 해루질에 나섰고, 지난달 2일에도 40대 남성이 해가 진 후 통제 구역에서 어패류를 잡다가 해경에 적발됐다. 해경은 이들에게 각각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내리 갯벌 일대는 지난해 9월 해양경찰관 고 이재석 경사가 갯벌에 고립된 중국 국적 노인을 구하려다 순직한 장소다. 당시 노인은 야간 해루질을 하다 밀물에 고립됐고, 구조에 나섰던 이 경사는 거센 물살에 휩쓸려 끝내 순직했다. 해경은 이 경사 순직 사고 이후 이곳을 출입 통제 구역으로 지정해 야간 시간대나 기상 악화 시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도록 했다. 해루질 동호인들이 이에 반발해 행정심판까지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출입 통제 구역 지정 이후에도 이처럼 시민들의 무리한 야간 해루질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해루질은 조개 등의 움직임이 활발한 밤 시간대에 주로 이뤄져 위험성이 더욱 크다. 야간 물때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갯벌에 들어갔다가 밀물에 고립되면 방향 감각을 잃기 쉽고, 갯골 등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루질은 갯벌에서 조개, 낙지, 게 등 해산물을 잡는 행위로, 영흥도는 해루질 명소로 꼽힌다.

갯벌 고립 사고는 전국적으로도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경청에 따르면 갯벌 사고로 인한 사망·실종자는 2023년 12명에서 2024년 8명, 지난해 6명으로 매년 감소했는데,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만 벌써 4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사고 건수도 지난해 1∼4월 11건에서 올해 29건으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에 해경은 출입 통제 구역 무단출입 시 부과하는 과태료를 기존 최대 1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상향하고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연안사고예방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법적 근거도 마련된다. 해경은 개정안 시행에 앞서 현장 단속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갯벌 사고의 대부분이 구명조끼 미착용 등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홍보 활동도 강화한다.

장인식 해경청장 직무대행은 “갯벌은 밀물의 속도가 성인 걸음 속도보다 훨씬 빨라 순식간에 고립될 수 있다”며 “무리한 해루질보다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공승배 기자 ks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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