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윤찬(22)
● 화려하면서도 목가적인 슈베르트
기대를 따르기보다 스스로 다음 질문을 던지는 연주자. 임윤찬의 선택이 매번 낯설면서도 설득력을 갖는 건 자신만의 또렷한 음악 세계가 굳건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6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리사이틀 역시 임윤찬이 다시 한 번 자신만의 독자적 영역을 펼쳐 보이는 자리였다. 그로선 2년 만에 국내에서 가지는 단독 연주회이기도 했다.
1부는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7번 D850 ‘가슈타이너’. 1825년 8월, 스물여덟 살의 슈베르트가 오스트리아의 온천 휴양지 바트 가슈타인에 머무르던 시기에 쓴 작품으로, 화려하면서도 목가적인 정취가 매력적이다. 임윤찬은 이를 과장된 낭만으로 흐리지 않았다.투명한 음색과 섬세한 손끝으로 슈베르트 특유의 노래하는 선율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했다. 40분에 이르는 연주 시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비바체’(빠르고 경쾌하게) 템포로 시작된 1악장에선 자연의 풍광을 그려내는 듯한 섬세한 연주가 이어졌다. 조성이 바뀌고 격정적인 선율이 오가는 순간에도 임윤찬은 소나타의 형식미를 놓치지 않았다. 한층 느릿해진 2악장에서는 성가처럼 고요한 순간과 격정적으로 솟구치는 순간이 교차했다. 특히 42마디부터 이어지는 16분음표 진행은 음 하나하나를 흘려보내지 않고,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입혀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교향곡처럼 이어진 스크랴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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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소나타 2번은 임윤찬에게도 각별한 작품이다. 그는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2라운드에서 이 곡을 연주한 뒤 “아쉬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스크랴빈은 그때의 아쉬움을 넘어서는 듯했다. 온화함과 난폭함을 모두 품은 대양을 표현한 소나타 2번, 내면의 충돌이 깊게 드러난 3번, 밤하늘의 별을 향해 돌진하는 듯한 4번까지. 세 곡은 각각의 개성을 지니면서도 하나의 교향곡처럼 이어졌다. 현악기와 성악, 종소리까지 다른 상상력을 피어오르게 하는 타건이 잠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이날 공연은 임윤찬을 기다려 온 팬들에겐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관객들은 연주 중 작은 소리로 내지 않으려 애썼다. 악장과 악장 사이, 참았던 기침을 서둘러 터뜨리는 모습에 곳곳에서 작은 웃음이 번지기도 했다.
임윤찬의 연주는 이제 ‘어린 천재’라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는 어려운 작품을 잘 치는 연주자를 넘어, 왜 지금 이 작품을 연주해야 하는지를 무대 위에서 설득하고자 했다. 스스로 넘어야 할 산을 하나씩 택하고, 그 정상에서 다시 다음 길을 바라보는 연주자. 그의 행보는 우리 인생과도 무척 닮아 보였다.
임윤찬 리사이틀은 8일 대구콘서트하우스, 9일 부산콘서트홀, 10일 통영국제음악당,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13일 아트센터 인천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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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