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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타바이러스’ 덮친 호화 크루즈, 시신과 함께 한달째 떠돌아

입력 | 2026-05-07 10:49:00

대서양 운항중 감염 확산 3명 사망
각국 입항 거부…의심환자만 하선
한타바이러스, 한탄강서 최초 발견




크루즈선 MV 혼디우스. AP=뉴시스

한국인이 세계 최초로 발견한 바이러스가 남극 등 대서양을 운항하던 호화 크루즈를 덮쳤다. 1976년 한탄강 유역에 사는 등줄쥐 폐 조직에서 처음 발견돼 ‘한타바이러스’로 명명된 이 바이러스로 승객 3명이 숨진 것.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한 각국이 이 배의 입항을 거부하면서, 승객과 승무원 140여 명은 한 달 넘게 시신과 함께 배에 갇힌 채 바다 위에 머물고 있다. 

AP·로이터 통신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달 1일 네덜란드 업체 오션와이드 익스페디션이 운영하는 ‘MV 혼디우스호’는 아르헨티나 최남단 우수아이아에서 출발했다. 남극과 포클랜드 제도 등 남대서양의 외딴 섬들을 둘러보는 여정이었다. 문제는 지난달 6일 70세 네덜란드 남성이 발열·두통·설사·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다가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69세인 그의 아내도 비슷한 증상을 보였고,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한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한 독일 여성도 증상을 겪다가 이달 2일 배 안에서 목숨을 잃었다. 사태 대응을 위해 서아프리카 섬나라 카보베르데 해상에 배가 머무는 동안 승객과 승무원들은 한 달 넘게 시신과 함께 배 안에 머물렀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서둘러 조사에 나섰다. 이후 WHO는 “선내에서 한타바이러스 감염 매개체인 쥐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승객들이 승선 전 아르헨티나에 머무는 동안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남아공 보건부는 이 환자가 감염된 바이러스가 사람 간 전염이 가능한 안데스 변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염 의심 환자들의 이송도 본격화됐다. 먼저 확진자 3명 중 사망한 네덜란드 여성을 제외한 나머지 2명은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밖에 의심 환자 3명은 하선해 구급 항공편으로 네덜란드로 이송 중이다. 네덜란드 외무부는 이들이 41세 네덜란드 국적자와 56세 영국 국적자, 65세 독일 국적자로, 유럽 각국의 전문 병원으로 바로 이송될 것이라고 전했다.

크루즈선은 6일(현지 시간) 의심 환자 하선 후 스페인 카나리아제도를 향해 출발했다. 스페인 보건부가 5일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필요한 의료 역량을 갖춘 카나리아 제도가 배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다. 하지만 사태가 쉽게 일단락될 지는 미지수다. 카나리아제도 자치정부는 중앙 정부의 선박 입항 허용에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WHO는 “코로나19 팬데믹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현재 공중보건 위험은 낮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한편 한타바이러스는 1950년 6·25 전쟁 당시 유엔군 병사 약 3200명 이상이 원인 불명의 고열·신부전·출혈 증상으로 쓰러지면서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미국 등 연구진이 수십 년간 원인 규명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이후 1976년 고려대 이호왕 박사가 경기 한탄강 유역 등줄쥐에서 원인 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박사는 한탄강의 이름을 따 ‘한탄바이러스(Hantaan Virus)’로 명명했다. 이후 같은 속(屬)에 속하는 바이러스군 전체를 통칭해 ‘한타바이러스’라 부르게 됐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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