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금 회수하려는 절박함 악용 변호사-추심업체 사칭 안심시켜 경찰 “6개월새 176명, 130억 피해” 전문가 “긴급 융자 등 생계지원을”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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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모 씨(36)는 올 1월 ‘500% 수익을 보장한다’는 투자 리딩방 사기에 속아 아이 교육비뿐 아니라 지인에게 빌린 돈까지 총 2400만 원을 날렸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비극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모인 카페에 올라온 오픈채팅방 링크는 또 다른 덫이었다.
채팅방에는 ‘추심업체를 통해 피해액을 돌려받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수수료가 비싸다”고 투덜대면서도 실제 입금 내역이 찍힌 후기 사진을 올리는 상대를 완전히 믿은 김 씨는 소개받은 추심업체에 약 2400만 원을 수수료로 보냈다. 하지만 업체는 잠적했고, 그제야 김 씨는 또다시 사기의 희생양이 됐다는 것을 알았다. 김 씨의 사건은 현재 경기남부경찰청이 수사 중이다.
● 사기 피해자 노린 ‘N차 사기’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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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규모가 클수록 ‘본전’에 대한 압박감은 N차 사기의 늪으로 피해자를 밀어 넣었다. 회사원 김준엽 씨(38)는 가상화폐 사기로 9억5000만 원을 잃은 뒤 이를 만회하려다가 비슷한 수법으로 2억3000만 원을 뜯겼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 씨는 잃은 돈을 받아주겠다며 접근한 변호사 사칭범에게 수임료 명목으로 돈을 뜯기는 3차 사기의 희생양이 됐다. 김 씨는 “가족한테 빌린 돈이라도 되찾아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이성을 잃었다”고 했다.
고령층도 주된 표적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원금의 500%를 배당한다’며 3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뒤 잠적한 한 가상자산 업체를 수사 중인데, 피해자 상당수는 이미 한 번 사기를 당해 다른 투자처를 찾던 노인들이었다. 이 업체를 포함해 총 3건의 사기로 1억 원을 잃은 김모 씨(71)는 “‘이번엔 정말 제대로 된 회사’라는 지인의 말을 믿었는데 집에 피해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사기 피해자들에게 2차 사기 수법을 알리고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임용순 경찰청 데이터분석담당 분석수사2팀장은 “사기 피해자는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더 무모한 투자에 빠질 우려가 크다”고 했다.
● 피해자 DB까지 거래… “긴급 융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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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배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원이 부족하면 사기 피해자가 절박한 상황에 몰려 2차 피해나 대포통장 제공 등 범죄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범죄 수익을 환수해 피해 복구 기금을 마련하고 융자를 즉시 지원하는 등의 대책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