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디어 통역 공백에 ‘이중통역’ 논란 차출형 구조에서 상설 통역 조직 전환 추진 민간 영입·장기 교육 병행 검토
외교부가 정상외교 통역을 전담하는 ‘통역실’ 신설을 추진한다. 최근 인도 국빈 방문 당시 힌디어 통역 인력 부족으로 ‘힌디어→영어→한국어’로 이어지는 이중통역이 이뤄진 데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며 대책 마련을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30일 외교부에 따르면 기획조정실을 중심으로 정상외교 통역 인력을 전담 관리하는 통역실 설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상외교 성과와 직결되는 전문성을 갖춘 통역 인력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통역실 설치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며 “설치 여부, 대상 언어, 인력 규모 등은 협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통역실 연내 설치를 목표로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외교부 통역 인력은 각 지역국 등에 소속돼 있다가 정상회담이나 고위급 회담이 있을 때마다 임시 차출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통령의 입’으로 불리는 영어 통역의 경우 영어 실력이 탁월한 외교관이 청와대에 파견돼 근무하기도 하지만, 일정 등의 이유로 외교부에서 통역 인력이 차출되기도 한다. 지난달 이 대통령의 인도 국빈 방문 당시에도 김종민 외교부 기획재정담당관(심의관)이 영어 통역으로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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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국과 인도 간 교류가 강화되면 언어수요가 많아질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특수교육을 통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거나, 아예 전담팀이나 교육기관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월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8회 국무회의 겸 제6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에 외교부는 기존의 ‘차출형 통역 구조’를 상설 조직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미국 국무부처럼 통역 인력을 별도 조직으로 묶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모델을 참고하고 있다”며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러시아어는 물론 힌디어 같은 특수 언어까지 정상외교 통역이 가능한 수준으로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대통령 지시를 감안해 연내 설치를 목표로 최대한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다만 조직 신설에는 행안부와의 정원 협의, 기획예산처와의 예산 협의가 필요해 실제 출범 시점과 규모는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통역실이 신설되면 기존 지역국에 흩어져 있던 통역 자원을 모아 내부 교육을 병행하는 한편, 당장 정상외교에 투입 가능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에서 전문가를 특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 정상급 통역사들은 이미 민간에서 높은 보수를 받는 경우가 많아 공무원 보수 체계로 유인하기 쉽지 않으며, 힌디어 등 특수 언어는 상시 수요가 제한적이어서 전담 인력으로 채용할 경우 효율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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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일(현지 시간) 뉴델리 영빈관 하이데라바드 하우스에서 한-인도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델리=뉴시스
미국은 국무부 내 ‘언어서비스국(Office of Language Services)’을 통해 정상회담 통역과 외교 문서 번역을 상시 수행하고 있다. 중국 역시 외교부 내 ‘번역사(翻译司)’를 통해 지도부 외교 활동 통역을 전담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수백 명 규모의 통역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며 다국어 회의를 지원한다.
외교가에선 이번 통역실 신설 추진이 단순 조직 개편을 넘어 외교 인프라를 구조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