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종로구의 화랑 ‘드로잉룸’을 찾은 해외 아트페어 관계자들이 작품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한국 미술의 글로벌 진출 지원 프로그램인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의 일환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25일 서울 종로구 서촌의 화랑 ‘페이지룸8’에 들어선 외국인 8명이 “내 지갑이 위험하다”며 일제히 장난치듯 볼멘소리했다. 벽에 걸린 한국인 작가들의 작품을 매의 눈으로 빠르게 스캔하더니, 몇 점을 콕 집어 화랑 관계자에게 작가 이름과 가격을 물었다. 스마트폰 메모장과 사진첩은 작품 정보, 화랑 상호로 빼곡했다.
아트 바젤 홍콩, 프리즈 아부다비, 미국 언타이틀드 아트 등 세계적인 아트페어의 총괄 디렉터와 수석 매니저가 24일부터 27일까지 서울에 모였다. 요즘 ‘핫한’ 신진·중견 화랑이 밀집된 종로, 용산 등을 누비며 각 화랑 특징과 전속 작가를 샅샅이 살피기 위해서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5년째 진행 중인 해외 인사 초청 프로그램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로, 한국 미술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해 해외 진출을 돕고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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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으로 주변 한옥이 내다보이는 팔판동 화랑 ‘WWNN’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가 사는 도시에 관한 기억과 인식을 다룬 전시도 관심이 높았다. 홍콩 아트 센트럴의 코리 앤드류 바 디렉터는 “한국 미술에 이미 왕관(crown)은 씌워졌다”며 “다른 도시와 비교해 전시 주제와 작품이 주변 환경 및 역사와 긴밀히 연결돼 있는 게 강점”이라고 평했다.
서울 종로구 ‘갤러리2’에서 손동현 작가가 개인전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국내 화랑들은 “글로벌 아트페어들과 접점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환영했다. 해외 아트페어는 공식 승인이나 초청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네트워크가 큰 무기가 된다. 정재호 갤러리2 대표는 “아트페어 참가 여부를 승인하는 위원회에 ‘아는 얼굴’이 있는지가 화랑에는 중요하다”며 “이들이 직접 화랑에 들러 공간까지 경험할 기회는 드물어 의미가 크다”고 했다. 함윤철 제이슨함 대표도 “한국 미술이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너무 멀고 벅차게 느껴질 때가 있다”며 반가워했다.
나흘간 진행된 프로그램엔 관계자 간 네트워킹 행사 등도 포함됐다. 프리즈 아부다비의 알아누드 압둘라흐만 알함마디 부디렉터는 “아트페어에 새 피를 수혈해줄 가능성을 엿보는 재미가 컸다”고 감탄했다. 김장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지속적인 관계 형성과 신뢰 구축은 추후 전시 협업, 아트페어 참여 등으로 이어질 바탕이 될 것”이라며 “향후 한국 미술의 글로벌 확장을 위한 ‘플랫폼’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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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