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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ECH 글로벌 리더스] 〈LG그룹③〉 “전기차 넘어 AI 전력 인프라로 대전환”… ‘배터리 생태계’ 재편 나선 LG에너지솔루션

입력 | 2026-04-29 10:00:00



LG그룹이 서비스와 솔루션 중심의 미래형 테크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과거 가전과 화학 등 전통적인 제조 분야에서 쌓아온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제는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으로의 대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구광모 회장은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이 우선이라며 ‘속도’ 경영 철학을 강조했습니다. ‘실행의 속도’는 LG의 주력 사업 전반에서 강력한 체질 개선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독자 모델 ‘엑사원(EXAONE)’을 활용해 제조 공정부터 고객 서비스까지 전 영역의 효율을 높이는 AX(AI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모빌리티 중심 전장과 배터리 사업 성장세도 주목할 만합니다. 배터리 기술력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부터 램프, 파워트레인까지 모빌리티 대부분 영역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해 통합형 핵심 파트너 입지를 굳히고 있습니다. 조용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LG그룹의 이야기를 담아봤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를 단순히 생산하는 것에서 나아가 정제·유통·화학까지 석유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로 에너지 수출국 위상을 유지해 왔습니다. ‘자원’이 아닌 ‘구조’가 경쟁력의 본질이었던 셈입니다.

지금 배터리 산업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배터리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대가 됐습니다. 소재부터 셀, 시스템까지 전체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먼저 구축하느냐가 진짜 승부처입니다. LG그룹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LG 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 전경.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여전히 성장 중입니다. 2025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약 1200GWh 수준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습니다. 다만 그 성장이 예전과 같은 성장은 아닙니다. 초기의 폭발적 성장 국면이 끝나고 완성차 업체들의 수요·재고 조정이 맞물리며 분위기는 차분해졌고, 시장 판도도 중국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중국 CATL이 30% 후반대 점유율로 독주하고 BYD가 10%대 중반으로 빠르게 추격하는 사이, LG에너지솔루션은 한 자릿수 후반에서 10% 내외 3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격차는 확대 추세입니다. 한국 배터리 3사 합산 점유율이 20%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지며 구조적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들이 내수 기반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중저가 시장까지 장악하면서 ‘볼륨 시장’과 ‘수익 시장’이 분리되는 이중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둘러싼 보조금 기준 변화와 정책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완성차 업체들의 보수적 재고 운영은 심화하였습니다. 결국 LG에너지솔루션의 2025년 연간 매출은 23조67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7.6%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LG가 내놓은 답은 방어가 아니라 전환이었습니다.

역성장 속 ‘수익성 반전’… 정답은 ESS

그런데 같은 해 영업이익은 1조3461억 원으로 전년 5754억 원 대비 133.9% 급증했습니다. 매출이 역성장하는 상황에서 이익이 두 배 넘게 늘어난 이 역설적 결과의 중심에는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 약진이 있었습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CFO는 “EV 전동화 정책 속도 조정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배터리 수요 환경이 전반적으로 위축됐지만, ESS와 고부가 제품 중심 판매 전략으로 수익성을 대폭 개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존 전기차용으로 설계됐던 미시간 홀랜드·폴란드 공장 라인을 ESS 생산으로 전환하면서 유휴 자산을 수익 자산으로 바꿔낸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100% 자회사로 전환한 캐나다 합작법인  넥스트스타 에너지 공장 전경. 현재 북미에서 ESS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LG 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은 ESS 120GWh, 원통형 46시리즈 300GWh 이상 수주 잔고를 달성했고 ESS 누적 수주 잔고는 140GWh를 넘어섰습니다. 이 전략을 뒷받침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2월 스텔란티스와의 캐나다 합작법인 ‘넥스트스타 에너지’의 지분 49%를 인수해 100% 자회사로 전환했습니다. 이미 ESS용 LFP 배터리를 생산 중인 이 공장을 북미 ESS 시장 공략 전초기지로 집중 육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로써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 홀랜드·랜싱 공장에 이어 북미에서만 3곳의 ESS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현재 북미에서 ESS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합니다.

테슬라와도 미시간 랜싱 공장에서 약 6조4000억 원 규모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생산된 배터리는 테슬라 대형 ESS ‘메가팩3’에 탑재될 예정입니다. 테라젠(Terra-Gen), 델타(Delta) 등 글로벌 주요 고객사에도 공급하면서 북미 ESS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 고객 기반은 빠르게 넓어지고 있습니다.

ESS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전기차 수요가 흔들렸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재생에너지 확대로 태양광·풍력 발전이 늘수록 전력 저장 수요는 구조적으로 함께 증가합니다. ESS는 전기차 배터리에 비해 수요 변동성이 낮고 장기 계약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수익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시장 성장성도 압도적입니다. 글로벌 ESS 시장은 2023년 약 185GWh에서 2035년 약 1232GWh로 6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LG에너지솔루션도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이 본격화하며 ESS 수요는 향후 10년간 5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가 경기에 따라 출렁이는 동안, ESS는 구조적으로 커지는 시장인 셈입니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라는 변수까지 더해지고 있습니다. 대형 데이터센터 한 곳이 소도시 수준 전력을 소비하는 지금,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배터리 기반 백업 시스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배터리가 이동 수단의 부품에서 전력 운영 시스템 핵심으로 기능이 확장되고 있는 것이죠.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EV를 넘어 다양한 산업으로 가치가 재편되는 ‘밸류 시프트’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선언한 것은 이 맥락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 내부. LG에너지솔루션 제공


EV도 포기하지 않는다… ‘풀커버리지’ 전략

LG에너지솔루션이 ESS와 AI 인프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동안, 모회사 LG화학은 배터리 셀 경쟁이 아닌 소재 원천 경쟁력을 핵심으로 삼았습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배터리 소재 매출을 2022년 4조7000억 원에서 2030년까지 30조 원으로 6배 이상 성장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전기차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미국 업체와 2029년 7월까지 3조7620억 원 규모의 전기차용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외부 수주 경쟁력도 입증했습니다. 첨단소재사업본부는 2026년 매출 4조5000억 원을 목표로, ESS용 LFP·고전압 미드니켈·소듐이온 배터리 소재를 2027년 사업화 목표로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EV 시장에서도 포트폴리오를 전면 다변화해 더 넓은 시장을 커버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고성능 차량에는 파우치형 하이니켈 NCMA 배터리와 니켈 함량 94% 이상 원통형 46시리즈를, 표준형에는 고전압 미드니켈 제품을, 중저가형에는 LFP 파우치형 제품까지 세그먼트별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특히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는 기존 대비 에너지 용량과 출력이 최소 5배 이상 높고 생산 효율성이 뛰어나 차세대 폼팩터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자국 배터리 업체 선호도가 높기로 유명한 중국 시장에서도 성과를 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중국 완성차 업체 체리기차(Chery Automobile)와 6년간 총 8GWh 규모 46시리즈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약 12만 대의 전기차에 탑재할 수 있는 규모로 국내 배터리 기업이 중국 완성차 업체에 원통형 배터리를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은 최초였습니다. 이후 메르세데스-벤츠 계열사, 리비안에 이어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김동명 CEO가 애리조나 공장에서 연 10GWh 이상 규모 46시리즈를 다년간 공급하는 신규 계약을 마무리했다고 깜짝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차세대 원통형 46시리즈 배터리. 현재 300GWh 이상의 수주 잔고를 확보하며 소형 배터리 사업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았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NCM·LFP·LMR 등 다양한 화학계와 파우치·원통·각형 모든 폼팩터를 동시에 커버하는 전략은 글로벌 배터리 기업 중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배터리 셀에서 그치지 않고 자회사 버테크(Vertech) 시스템 통합 역량에 운영 관리 기능을 더해 전력 수요 예측과 거래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의 입지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결국 LG화학이 소재, LG에너지솔루션이 셀과 시스템, LG전자가 ESS 인프라와 냉각 솔루션을 담당하는 구조가 맞물리며 LG그룹은 배터리 산업 전체를 그룹 내에서 완결하는 그림을 그려가고 있습니다.

CATL이 에너지 기업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BYD가 배터리와 완성차를 결합한 수직계열 모델로 내수를 공고히 하는 사이, LG는 프리미엄 기술과 시스템 통합 역량을 기반으로 전력 인프라 시장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가져가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경쟁의 본질은 이미 이동하고 있습니다. ‘누가 더 좋은 배터리를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가 전력 시스템 전체를 장악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구본무 선대 회장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며 뚝심 있게 밀어붙였던 배터리 사업은 이제 LG그룹의 미래를 이끄는 핵심 축이 됐습니다. 그리고 LG는 다시 한번, 그 배터리 정의를 스스로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Q&A로 알아본 LG 배터리 전략
Q. LG에너지솔루션의 2025년 성적표는?

A. 겉으로 보면 아쉬운 숫자입니다. 매출 23조67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7.6%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미국 보조금 축소 여파가 직격탄이 됐습니다. 그러나 수익성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영업이익은 1조3461억 원으로 전년(5754억 원) 대비 133.9% 급증했습니다. ESS 사업 고성장과 고수익 제품 중심의 판매 전략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매출은 줄었지만 수익 체질은 오히려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Q. ESS가 왜 중요한가?
A. ESS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맞물려 구조적 성장이 예고된 시장입니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전력 저장 장치가 필수고, 이는 안정적인 장기 수요 기반으로 작용합니다. 글로벌 ESS 시장은 2026년 약 540억 달러(약 79조6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기차 배터리와 달리 ESS는 수요 변동성이 낮고 장기 공급 계약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글로벌 ESS 설치량이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북미에서는 ESS가 전체 배터리 시장의 절반까지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어떤 관계?
A.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LG화학의 전지사업본부를 분사해 설립된 자회사로 LG화학이 약 8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2년 1월 코스피에 상장하며 역사상 최대 수요예측 기록을 세웠습니다.

역할은 밸류체인 상에서 명확히 나뉩니다. LG화학은 양극재·분리막 등 배터리 핵심 소재를 담당하며 배터리 소재 매출을 2030년까지 30조 원으로 6배 이상 키운다는 장기 목표를 세웠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기반으로 배터리 셀을 생산해 전 세계 완성차 업체와 ESS 시장에 공급합니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소재와 완성 셀의 앞뒤를 나눠 맡으면서 그룹 전체가 하나의 배터리 밸류체인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Q. 테슬라는 왜 LG에너지솔루션과 손을 잡았나?
A. 테슬라는 2020년 자체 배터리 ‘4680’ 개발을 선언하며 내재화 전략을 공격적으로 밀어붙였습니다. 하지만 자체 생산만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ESS 수요를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에 40%대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테슬라 입장에서도 중국산 LFP 배터리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생겼습니다. 미국 현지에서 ESS용 LFP 배터리를 대규모로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이 LG에너지솔루션뿐이었던 것입니다.

테슬라는 2025년 7월 LG에너지솔루션과 약 6조4000억 원 규모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미시간 랜싱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테슬라 대형 ESS ‘메가팩3’에 탑재될 예정입니다. 이 계약은 처음 고객사 이름 없이 공시됐지만 이후 미국 정부가 인도·태평양 에너지 안보 포럼 팩트시트에 양사의 파트너십을 직접 명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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