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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2심 징역 4년 선고…‘주가조작·샤넬백’ 유죄로 뒤집혀

입력 | 2026-04-28 16:40:00

재판부 “도이치 시세조종 적극 가담 인정”
20억 거액 투자 ‘수익에 대한 확신’ 판단
尹 취임전 받은 샤넬백도 유죄로 바뀌어
1심 징역 1년8개월서 4년으로 형량 늘어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는 1심과 같이 무죄



김건희 여사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2심 선고 공판에서 선고를 받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제공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가담 부분은 1심에서 무죄였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유죄로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식 전에 받은 샤넬 가방도 1심에서는 무죄였으나,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집혔다. 재판부는 김 여사를 향해 “대통령의 배우자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며 “그로 인한 국론의 분열과 국민의 갈등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질타했다.

28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15-2부(재판장 신종오) 심리로 열린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 원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징역 1년 8개월에 추징금 1281만5000원을 선고했는데 형량이 늘었다.

● 도이치 주가조작 가담, 무죄에서 유죄로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가담, 샤넬가방과 그라프 목걸이 등 통일교 금품 수수,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수령 등 세 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중 가장 관심이 쏠린 것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이다. 김 여사는 2010년 10월부터 약 2년 2개월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가담해 8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지난해 8월 역대 영부인 중 처음으로 구속 기소됐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 일당에게 수익을 정산 받은 이후의 거래는 무죄로, 이전의 거래는 유죄로 봤다.

구체적으로 항소심 재판부는, 김 여사가 블랙펄인베스트 측에 20억 원이라는 거액의 자금과 증권계좌를 넘겨준 것이 단순 투자가 아닌 시세조종에 가담한 것으로 봤다. 수익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제공하기는 적지 않은 금액인 점과 당시 도이치모터스 주식은 거래량이나 시가총액이 큰 종목이 아니었던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오로지 도이치 주식의 매매에만 사용하기로 했다”며 “수익의 40%는 주가상승에 대한 대가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1심은 주가조작 일당이 “피아가 분명한 팀은 이제 조금씩 사야지. 김건희, OO(또 다른 투자자 이름) 싸가지 시스터스 같은 선수들 말고”, “듣던 대로 XX이구먼” 등의 문자를 주고 받으며 김 여사를 비난한 점을 근거로 김 여사는 이들의 공범이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2011년 1월 13일경 이루어진 정산 이후의 문자 메시지로서 그 이전에도 김 모 씨가 피고인을 시세 조정 세력 내부에 있는 자가 아니라 외부인으로 인식하였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 대통령 취임식 전 받은 샤넬백, 판단 바뀌어
통일교 금품 수수 혐의 부분도 항소심은 원심과 다르게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 취임 한 달 전인 2022년 4월 7일 통일교 측이 김 여사에게 전달한 802만 원 상당의 샤넬백을 1심은 무죄로 봤는데, 항소심은 유죄로 판단했다.

원심은 가방을 받은 시기가 대통령 취임식 전이었다는 점을 들어 뇌물이 될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은 “통일교 사업을 위해 대통령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정부의 협조를 구하고자 하는 묵시적인 청탁 의사가 존재함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친분 관계 형성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속에서 시가 800만 원이 넘는 위 가방 등의 교부 수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취임식 전이기는 하지만 추후 청탁을 하려는 목적이 있었고, 김 여사도 이를 알았으며 단순 친분 관계로 주는 선물이라기엔 너무 고가였다는 판단이다.

나머지 2022년 7월 5일 받은 샤넬 가방, 같은 달 29일에 받은 그라프 목걸이에 대해서는 원심과 항소심 모두 똑같이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3번(샤넬백 두 번, 목걸이 한 번)의 수수 행위는 범행 수단이나 방법도 사실상 동일하다”며 “계속된 범위하에 이뤄진 일련의 행위로서 알선수재죄 포괄일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수령은 ‘무죄’ 유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대선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혐의는 원심과 항소심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특검은 20대 대선을 앞둔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명 씨로부터 2억700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며 이를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간주해 기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부부와 명 씨 사이의 통화 내역 등을 모두 모아보더라도 명 씨가 여론조사를 실시해 준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을 약속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명 씨가 피고인 부부를 정치적 공동체라고 진술한 내용 등만으로 피고인을 정치활동을 하는 자인 윤 전 대통령 배우자가 아니라 그 스스로 정치활동을 하는 자로까지는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 재판부 “영부인에 대한 국민 기대 저버려”
재판부는 주문을 선고하기 전 양형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김 여사를 질타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를 크게 꾸짖기도 했다. 재판부는 “시세조종 행위에 가담했음에도 죄책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일반 국민은 대통령의 배우자에게 대통령 못지않은 청렴성과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피고인은 그 지위를 이용해 알선수재 행위를 했고 국정의 투명성과 국가 정책의 공정한 집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됐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배우자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론의 분열과 국민의 갈등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했다.

검은 정장에 하얀 마스크를 쓰고 법정에 출석한 김 여사는 이날 부축을 받으며 들어왔다. 그는 재판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주문이 선고될 때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미동도 하지 않았다.
조혜선 기자 hs87cho@donga.com
이혜원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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