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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의 마켓뷰]만성적인 ‘지주사 디스카운트’ 해소될까

입력 | 2026-04-28 00:30:00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


2025년 한국 자본시장의 키워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였다. 대통령 후보 공약집에 상법 개정이 포함된 그해 5월을 기점으로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었고 1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7월까지 지주회사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구속력 있는 법이 시장을 움직인다는 사실이 증명된 순간이었다.

그 증거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2025년 유가증권시장 자사주 소각 규모는 전년 대비 146% 급증한 약 30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과거에는 대형 상장기업 1개사의 소각 비중이 전체의 92.5%에 달했던 것과 달리, 2025년의 흐름은 금융지주를 필두로 다수의 상장사가 동참한 결과다. 자발적 캠페인이 아닌 구속력 있는 법이 기업 행동을 바꾸었다.

2026년의 무대는 더 좁고 더 강하다. 지난해 상법 개정이 전체 상장사를 겨냥한 거버넌스 개혁의 시작이었다면, 올해는 지주회사를 직접 겨낭하는 두 가지 정책이 대기하고 있다.

첫 번째는 ‘모자회사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뿐 아니라 인수합병(M&A)을 통한 다층적 상장까지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 이미 시장은 반응했다. 주주 반발로 상장 예비심사를 철회한 기업이 등장했고, 진행 중이던 상장 절차를 자진 중단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지주회사 투자자 입장에서 중복상장 규제의 핵심은 단순히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막는 데 있지 않다. 그동안 핵심 자회사가 별도 상장되면 지주사 주주는 해당 자회사의 성장 가치를 두 번 할인당하는 구조였다. 지주사 순자산가치(NAV) 디스카운트에 더해 자회사 상장으로 인한 가치 분산이 추가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중복상장 규제는 이 이중 할인 구조를 차단하고 자회사의 성장 가치가 지주사로 온전히 귀속되는 정상적인 밸류에이션 환경을 만든다.

두 번째는 한국형 주가순자산비율(PBR) 개혁이다. 현재 발의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PBR 0.8배 미만 주식에 대해 시장가격 대신 순자산가치의 80%를 과세표준으로 적용한다. 낮은 주가가 곧 절세였던 시대가 끝나는 것이다. 지금까지 최대주주에게는 주가를 NAV 대비 낮은 수준으로 방치할 유인이 존재했다. 최고 60%에 달하는 징벌적 상속세 부담 앞에서 낮은 시장가격은 합리적인 절세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정안은 이 게임의 법칙을 뒤집는다. PBR 0.8배 미만 구간에서는 주가 억제를 통한 절세 효과가 소멸되고, 오히려 주가를 올려야 할증 폐지라는 당근이 주어진다. 지주회사는 구조적으로 저PBR 집단이다. 이 법안이 현실화될 경우 주가 상승이 최대주주와 일반주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순간, 기업가치 제고를 향한 동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진다.

2026년은 한국 지주회사가 만성적인 디스카운트를 털어내고 온전한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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