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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신규진]‘구성 핵시설’ 논란에서 鄭 장관이 말하지 않은 것

입력 | 2026-04-24 23:15:00

신규진 정치부 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평안북도 구성에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 중이라는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와 보도를 통해 노출된 구성을 언급한 것이 왜 문제냐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20일 인도 방문 중 X(옛 트위터)에 “구성 존재 사실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던 점은 명백한 팩트”라며 정 장관에게 힘을 실었다.

해명 대신 반격 택한 통일장관

구성은 10년 전부터 북한의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 후보지로 주목을 받아온 곳이다. 정 장관이 구성 발언의 근거로 제시한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2016년 보고서는 익명의 미국 정부 관리를 인용해 구성 핵시설에 200∼300개의 원심분리기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2023년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선 “북한은 가스 원심분리기에 필요한 재료와 장비를 상당히 많이 조달했다”며 북한이 이미 공개된 영변과 강선 핵 단지 외에 구성에 제3의 핵시설을 운영 중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 보고서만으로 정 장관의 구성 발언의 출처가 규명됐다고 보기엔 석연치 않은 점들이 적지 않다. 정 장관은 지난달 6일 국회에서 “지금 영변과 구성, 강선에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며 “이란의 농축 우라늄은 (농축률이) 60%인 데 비해 북은 90% 무기급 우라늄을 만든다”고 했다. 추정의 단계에 머문 보고서들에 비해 단정적인 데다 디테일이 추가됐다.

정 장관이 추가 근거를 제시했다면 구성 발언은 작은 오해로 마무리됐을지도 모르지만 정 장관의 대응은 달랐다. 그는 23일 “달을 보라고 했는데 손가락을 가리키는 것”이라며 “달은 북핵 문제의 시급성을 강조한 것이고, 손가락은 왜 지명을 이야기했냐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발 더 나가 정 장관은 ‘저의’, ‘정략’을 거론하며 “과거에도 간헐적으로 그런 일이 있었는데 알려지지 않고 넘어갔다”며 “그게 국익인데 왜 분란을 일으키냐”고 반문했다. 자신의 발언이 기밀 유출일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국익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규정한 것이다.

그의 발언 출처와 무관하게 구성 우라늄 핵시설은 미국이 한국과 공유한 ‘연합 비밀’이다. 정 장관의 해명에도 정보 제공자인 미국은 여전히 공유한 정보가 외부에 공개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의 조치가 부당하다면 정 장관 주장에서 빠진 논리적 연결고리를 차분하게 설명하는 게 먼저다. 그럼에도 정 장관이 국익을 거론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키우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온다.

동맹과 내부로 돌린 총구

실제로 정 장관은 23일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의 의도가 있을 것”이라며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은) 미국일 수도 있고 우리 내부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북 정책을 두고 의견을 달리해 온 이른바 ‘동맹파’를 향해 총구를 돌린 셈이다. 이번 일이 동맹파와 무관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도 이미 진보 진영의 엄호를 끌어낸 정 장관의 정치적 승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상처는 남는다. 대북 정책과 한미동맹에 대한 견해차는 견제와 균형 대신 동맹파와 자주파라는 이름 아래 균열과 갈등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는 성과를 낸 한미 관계엔 새로운 긴장이 더해질 수 있다. 미국이 이재명 정부 출범 전인 2025년 1월 한국을 ‘민감(sensitive)국가’로 지정해 원자력 등 에너지 기술 협력의 문턱을 높인 일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국익을 위한 차분한 대응을 기대해본다.



신규진 정치부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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