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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 치료의 ‘돌파구’로 기대를 모았던 약물들이 실제로는 환자에게 체감할 만한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대규모 분석 결과가 나왔다.
뇌 속 원인 물질로 지목돼 온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의미 있는 인지 기능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근거 기반 의학 분야에서 ‘골드 스탠더드’로 평가받는 코크란(Cochrane)이 수행했으며, 결과는 ‘코크란 데이터베이스 오브 시스템 리뷰(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에 16일(현지 시각)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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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경도 인지장애 또는 초기 치매 환자 2만 명 이상이 참여한 17개 임상시험을 종합 분석했다. 약 18개월간 진행된 이 연구에서는 총 7종의 항아밀로이드 약물이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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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레카네맙(lecanemab·상품명 Kisunla)과 도나네맙(donanemab·상품명 Leqembi)은 각각 한 건의 임상시험에서만 포함됐다.
연구를 이끈 이탈리아 IRCCS 연구소의 프란세스코 노니노(Francesco Nonino) 연구원은 “초기 연구에서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있었지만, 이것이 환자에게 체감할 수 있는 임상적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뇌 영상 분석에서 약물이 실제로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효과는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인지 기능 개선이나 질병 진행 억제 등 환자에게 의미 있는 임상적 효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동 저자인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 의료센터의 에도 리차드(Edo Richard) 교수는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면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존 가설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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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레카네맙만 허가돼 비급여로 사용되고 있으며, 도나네맙은 아직 허가되지 않은 상태다.
● 전문가들 해석 놓고 의견 엇갈려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1990년대 ‘아밀로이드 가설’을 제시한 영국 생물학자 존 하디(John Hardy) 교수는 AFP 인터뷰에서 “레카네맙·도나네맙 데이터를 효과가 없는 약물들과 함께 묶어 평균을 낮췄다”며 “출판되어서는 안 될 수준의 연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연구진은 “포함된 약물들은 모두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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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비슷한 평가가 나왔다.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장은 “레카네맙의 승인 당시 효과가 다소 과장돼 전달된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 논문은 실제 임상 데이터를 통해 그 한계를 재확인한 셈”이라고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SMCK)를 통해 밝혔다.
이 단장은 특히 부작용인 ‘ARIA’에 대해 뇌의 부종과 미세 출혈을 의미한다며 “최근 신경염증(neuroinflammation)이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으로 보고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ARIA의 부작용은 신경염증을 더 악화시키는 심각한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묵인희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는 “아밀로이드 제거 중심의 패러다임을 염증 억제, 신경세포 보호 등 다른 메커니즘으로 전환해야 할 근거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알츠하이머 연구는 아밀로이드 수치 감소라는 대리 지표보다는 타우(tau) 단백질, 신경 염증, 시냅스 기능 장애 등 하위 기전을 타깃으로 하는 연구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doi.org/10.1002/14651858.CD016297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