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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아직 못한 ‘퇴임 후 사법리스크’ 지우기[동아광장/정원수]

입력 | 2026-04-16 23:15:00

공소 취소한 특검, 해고 뒤 보복하는 트럼프
‘퇴임 후 재기소 가능성’ 0%로 만들려는 것
현직 아닌 퇴임 대통령 ‘사법리스크 제로’는
법적 해결 아닌 정치적 성공으로 완성해야



정원수 부국장


검사와 피의자는 흔히 포식자와 먹잇감으로 비유될 정도로 슈퍼 갑을 관계다. 검사가 거물 정치인을 피의자로 수사했는데, 그 정치인이 나중에 대통령이 된다면 얼마나 난감할까. 흔치 않은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종종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1야당 대표 때 수사하고 기소한 검사, 인권변호사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검사 등…. 검사들은 그런 악연에도 대부분 보복을 당하지 않았고, 딱 한 번 수사 과정을 뒤늦게 조사받고 한직을 떠도는 불이익을 받은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 여당이 주도하는 기소 조작 의혹 국정조사를 받는 야당 대표 시절 이재명 대통령을 수사했던 검사들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한국만큼 미국도 ‘대통령을 수사한 검사’ 문제로 시끄럽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틈만 나면 ‘정신이상자’로 공격하는 잭 스미스 전 특별검사다. 조 바이든 정부 때 특검으로 임명된 그는 트럼프를 2020년 미국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했다는 의혹, 첫 대통령 임기가 끝난 2021년 1월 백악관을 떠나며 각종 기밀문서를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로 유출했다는 의혹으로 수사하고, 2023년 트럼프를 기소했다. 전직 미국 대통령이 퇴임 뒤 기소된 첫 사례였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듬해 재선에 성공하자 같은 달 공소 취소를 했다.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그를 해고하겠다고 공언하더니 실제로 잘랐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미국 법무부는 정치 중립의무 위반으로 그의 수사 과정 전반을 조사 중이고, 공화당이 과반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는 그를 불러 관련 청문회를 열어 압박 중이다.

공소가 취소됐는데 보복성 공격을 멈추지 않는 건 괘씸죄 때문일 것 같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스미스는 법원에 제출한 공소 취소장을 통해 “대통령이 취임한 후에도 재판을 받게 되면 직무 수행에 심각한 방해를 받게 되고, 결과적으로 권력 분립의 원칙을 깨뜨릴 수 있다”고 했다. 미국 법무부가 현직 대통령 사건을 처리할 때 적용하는 재임 중 대통령의 기소 금지 지침을 따른 것이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 면책은 재임 중에만 적용되는 일시적인 것이라며 ‘추후 재기소 가능(without prejudice)’을 조건부로 내걸어 법원의 승인을 받았다. ‘추후 재기소 불가능’도 가능한 선택이었기 때문에 스미스를 범죄자로 만들어 재기소 가능성을 아예 없애려고 하는 것이 트럼프 측의 노림수일 것이다.

한국도 법무부의 지시로 수사 검사들에 대한 감찰이 진행 중이고, 국회가 국정조사를 하고 있는데 외양은 미국을 베낀 것처럼 닮았다. 한국은 대통령에 대한 공소 취소가 안 됐고 미국은 공소 취소를 이미 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 대통령의 퇴임 뒤 사법리스크를 재임 중에 미리 지우려는 시도라는 점도 같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공소 취소를 할 때 법원의 허가는 필요하지 않다. 미국은 공소를 사실상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조건부 공소 취소가 가능하지만 우리는 한 번 공소를 취소하게 되면 충분히 유죄로 뒤집을 만한 결정적인 증거가 새로 나오지 않으면 재기소가 안 된다. 재기소의 장벽이 높다는 것은 검사들로서는 공소 사실을 허물 만한 중대한 사유가 없다면 공소 취소를 주저하게 될 수밖에 없다. 지금 검찰 지휘부가 공소 취소를 위한 더 확실한 명분이 필요하다고 하는, 딱 그런 상황이라고 한다.

문제는 트럼프도 아직 못 한, 미국보다 훨씬 더 강력한 형태의 공소 취소를 시도 중인 여당의 빌드업 과정이 너무 허술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각각 열린 스미스에 대한 미국 의회의 청문회는 여야 양당이 모두 참석했다. 비공개회의에서 증거 기록이나 법무부 조사 내용을 먼저 점검했고, 공개 청문회 땐 스미스의 방어권 보장, 양당 의원이 일종의 주신문과 반대신문을 했다. 우리는 정반대였다. 야당 불참이 잦고, 검사의 발언 기회를 박탈했고, 증인들의 답변을 수시로 가로막았다. 최소한의 객관의 외관조차 갖추지 못한 일방통행식 운영으로는 정치적 역풍만 키울 뿐이다.

종착지를 알 수 없지만 공소 취소를 하더라도 법률적으론 퇴임 뒤 재기소의 길이 100% 닫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선 재기소 가능 조건을 불가능으로 바꿔도 법원이 불허하면 끝이다. 한국에선 훗날 새 증거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결국 법적으로 사법리스크를 제로로 만드는 것엔 한계가 있다.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성공하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길이다. 재임 중에도, 퇴임 후에도 사회 갈등을 줄이고, 시비에 휘말릴 여지까지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정원수 부국장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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