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영화로 읊다] 〈129〉 내 안의 우주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의 영화 ‘척의 일생’(2024년)은 학생이 교실에서 월트 휘트먼의 시 ‘나 자신의 노래(Song of Myself)’를 낭송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시 중에 “나는 거대하고, 나는 수많은 것들을 품고 있다(I am large, I contain multitudes)”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우리나라에서 과거 아동 교육용으로 읽혔던 송나라 주희(朱熹)의 시 중에도 유사한 내용이 있다.
옛 학자가 ‘맹자’의 해당 구절을 내 몸에 천하만사가 갖춰져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지만(趙岐), 시인은 사물의 물리적 실체가 내 안에 있다는 것이 아니라 우주 만물의 보편적 법칙이자 궁극적 원리가 인간의 마음속에 온전히 깃들어 있다고 읊었다. 시인은 연작의 다른 시에서 “이 이치가 우주 사이에 가득 차 있다(此理充盈宇宙間)”(‘鳶飛魚躍 一’)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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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척의 일생’에서 초등학교 담임 교사는 척에게 월트 휘트먼의 시구 “나는 거대하고, 나는 수많은 것들을 품고 있다”의 의미에 대해 설명한다. 쿠팡플레이 화면 캡처
영화에서 척은 금지된 다락방에서 자신의 죽음을 미리 보고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나는 경이롭다. 나는 경이로울 자격이 있다. 나는 수많은 것들을 품고 있다”고 되뇌며 삶이 끝날 때까지 자신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다. 한시 역시 내 마음속에 우주의 궁극적 근원인 태극이 존재함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육체는 끝내 소멸할지라도 시와 영화가 보여주는 내 안의 우주에 대한 자각이 우리의 삶을 경이롭게 만든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