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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변호사가 학폭 대응 수칙을 알려주는 영상을 보다가 기함했다. ‘선생님을 믿지 마라’ ‘사과문을 받아 증거로 모은다’ ‘진실은 없다. 승자만 있다’ 등 너무 비교육적인 내용이었다. 다른 학폭 변호사는 증거 수집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줬다. 줄을 서 있다가 새치기를 당하면 ‘왜 새치기를 하냐’고 묻고 ‘그냥’ ‘네가 싫어서’ 같은 대답을 녹음해 두라고 했다. 수업 중에 콕콕 찌른다면 그 상황을 카카오톡 ‘나와의 대화방’에 구체적으로 기록하라고도 했다. 날짜와 시간이 남아 신빙성 있는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학폭 변호사의 조언대로 증거를 수집해 학폭대책심의위에서 이기면 깔끔하게 해결될까.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올해 서울 주요 10개 대학 입시에서 학폭 이력이 있는 지원자 150명 중 149명이 탈락했다. 학폭이 대입 당락을 결정짓게 되자 ‘맞폭’으로 신고하거나 학폭위 처분에 수긍하지 않고 소송으로 간다. 학폭 피해자의 40%가 맞신고를 당했다는 설문도 있다. 소송을 질질 끌어 학폭 처분 기재를 미루려는 시도도 한다.
▷가해자들이 법 기술을 부리니 피해자들도 변호사를 찾게 된다.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피해 인정을 못 받는 것은 물론이고 가해자로 몰릴 위험마저 있기 때문이다. 학폭 변호사들은 “신속히 법률 조력을 받아야만 피해자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며 의뢰인을 모집한다. 변호사 상담과 서면 대응은 100만∼300만 원, 학폭위 대응은 300만∼700만 원, 행정소송은 800만∼1500만 원이 시장 가격이라고 한다. 학폭 변호사 시장이 수천억 원대라는 법조계의 비공식적인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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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정지(6호), 학급교체(7호), 전학(8호) 처분을 받는 중대한 학교폭력은 10건 중 1건도 되지 않는다. 과거라면 교사의 중재 아래 화해를 하거나 반성문을 썼을 법한 가벼운 다툼으로 학폭위가 열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학폭위가 강화되고 교사 개입이 힘든 엄벌주의로 흐르면서 학폭을 교육적으로 해결하기 힘들어졌다. 소송으로 번지면 가해자는 반성도, 사과도 하지 않는다. 사과를 받지 못한 피해자는 실질적인 치유와 회복이 어렵다. 이렇게 아이들을 망치면서 법률, 보험 시장만 팽창한다니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