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첫 날인 10일 오후 민주노총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서 진행한 투쟁 선포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3.10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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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 한 달이 지나면서 우려됐던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원청에 대한 하청기업 노조의 교섭 요청은 계속 늘어나고, 여러 하청 노조가 하나의 원청 기업을 상대로 ‘쪼개기 교섭’을 요구하는 일도 현실이 됐다. 수십, 수백 개 하청 기업과 일하는 큰 기업들 사이에선 어디까지를 교섭 상대로 봐야 하는지, 이들과 어떤 내용을 놓고 교섭해야 하는지 가늠조차 안 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10일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987개 하청 노조가 368개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요구에 응해 교섭 사실을 공고한 사업장은 31곳뿐이다. 원청을 ‘진짜 사장’으로 보는 하청 노조와, 이를 인정하지 않는 원청 기업의 시각차가 그만큼 크다. 이런 가운데 사용자성을 1차적으로 평가하는 노동위원회는 지금까지 내놓은 대다수 판단에서 원청을 ‘실질적 사용자’로 인정하고,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노사교섭 ‘창구 단일화 원칙’의 예외로 ‘노조 간 갈등 가능성’을 정부가 법 시행령에 추가한 여파도 커지고 있다. 경북지방노동위는 8일 민노총 전국금속노조와 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소속 하청 노조들이 낸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받아들였다. 포스코를 두 하청 노조의 ‘실질적 사용자’로 인정하는 한편, 기존 한국노총 산하 하청 노조와 따로 교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앞으로 포스코는 이들 세 노조와 본사 노조를 포함하는 최소 4개의 노조와 교섭을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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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 여당은 노란봉투법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는데도 “노사 대화를 촉진해 갈등을 줄일 것”이라며 입법을 밀어붙였다. 지금 노동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볼 때 이런 판단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사회적, 경제적 혼란이 더 커지기 전에 정부는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하청 노조의 범위와 조건, 교섭 가능한 의제 등에 대한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다시 제시하는 등 보완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