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석유 최고가격제’ 현장은… 직영보다 수급 불안 큰 자영주유소… “가격 인하 직영만큼 하기 어려워” 고객은 “천차만별 값 비교도 힘들어”… “현장에 공급되는 석유 늘려야” 지적
강원도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 씨가 3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그는 1차 최고가격제가 시행되기 전인 지난달 7일 L당 1860원, 1930원대에 휘발유와 경유를 들여왔다. 하지만 지난달 13일 1차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L당 1770원, 1750원대에 판매했다. ‘역마진’이었지만 주유소 관련 여론과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내렸다. A 씨는 “2월 수익으로 최근 손해를 버텼다”며 “지난달 27일 2차 석유가격제 시행 이후엔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가격을 올렸다”고 말했다.
최고가격제 시행이 3주 차에 접어들면서 개인이 운영하는 자영 주유소가 정유소에서 직접 운영하는 직영 주유소보다 기름값이 오르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기초 체력’이 약한 곳부터 고유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주유소마다 차이가 나는 가격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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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자영 주유소 사장들은 “더 이상 직영만큼 낮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유소가 석유를 판매하며 붙이는 마진에는 카드수수료와 인건비, 공과금 등 다양한 운영 비용이 포함되는데, 최고가격제 시행이 장기화되며 가격 경쟁을 버티는 게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서울에서 자영 주유소를 운영하는 B 씨는 “가격을 아무리 깎아도 직영 주유소보다 더 낮게 가격을 맞출 순 없다. 손님들은 단돈 10원이라도 가격이 낮은 직영으로 몰려가는 상황”이라며 “카드수수료를 내고 직원들 월급이라도 주려면 차라리 판매량을 포기하고 가격을 높이는 게 낫다”고 전했다.
● 들쭉날쭉 가격에 커지는 혼선
주유소에 따라 가격 차이가 커지면서 소비자 혼란도 덩달아 늘고 있다. 오피넷에서 가격을 비교해 조금이라도 더 싼 주유소를 찾아가는 것은 물론 10분 이상 대기하며 ‘지역 최저가 주유소’에서 주유하는 것도 흔한 풍경이 됐다. 경기 하남시에 사는 윤모 씨(70·여)는 “주유소마다 기름값이 천차만별인데 노인들은 스마트폰으로 가격 비교를 하기도 힘들어 비싼 곳에서 그냥 주유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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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결국 공급되는 석유류 물량을 늘려야 이런 현상이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C 씨는 “기름이 다시 들어올 것이란 보장이 있으면 지금보다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31일부터 정유사가 대체 원유를 확보하면 해당 원유가 국내에 도착하기 전이라도 비축유를 빌려주는 ‘비축유 스와프’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