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광화문 현판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글 간판으로 할 것인지, 한자를 병기할 것인지 등으로 전문가들의 토론이 벌어졌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날 토론회에서 찬성 측 발제를 맡은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국가의 상징적 공간인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걸면 우리가 한자 사용 국가란 국제적 오해를 없애고, 대한민국과 민족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문화유산 역시 현대적 재해석 및 활용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세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은 1859년 복원 과정에서 새로 설계한 작품이이며, 1980년대 루브르 박물관 앞 광장에 설치한 대형 유리 피라미드도 루브르의 상징이 됐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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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현판 설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발제자로 나선 최종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시류에 따라 문화유산을 변형하는 건 과거의 물질 증거를 조작하는 것이고, 역사를 왜곡하는 일”이라고 했다.
영국 왕실 문장엔 프랑스어가 적혀 있고, 프랑스 소르본대 성당 건축물엔 라틴어가 새겨져 있지만 “옛사람들의 행위와 문화를 존중하기에” 바꾸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전 소장은 “광화문의 진화는 경복궁과 함께 1910년으로 끝났다”며 “(지금 할 일은) 조선 궁궐을 짓밟았던 일제의 장막을 걷어내고 조선의 상징인 궁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석주 서일대 건축과 교수도 “궁궐 복원은 앞으로도 20년 이상 진행될 것인데, 한글 현판을 다는 순간 ‘원형 복원’이란 기준이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장에선 ‘광화문’이란 이름과 현판이라는 형식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강민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는 “굳이 한자의 발음기호처럼 한글 ‘광화문’ 현판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며 “동시대적 가치를 발신하는 다른 내용을 미디어 파사드 등 첨단 기술로 담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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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