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이 2021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가스테크(Gastech) 2021’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카타르 국영기업 카타르에너지가 중동 사태로 24일(현지 시간) 한국 등과 맺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계약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2026.03.24 [두바이=AP/뉴시스]
중동 전쟁 개전 이후 국제 LNG 가격이 50% 넘게 뛴 가운데 사태가 장기화하면 공급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전력 생산과 난방, 산업 공정의 핵심 에너지원인 LNG 가격이 계속 치솟을 경우 물가를 자극하게 된다. 원유와 가스의 동반 수급 불안은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어 정부는 예의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 “수급보다는 가격 상승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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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카타르 물량은 이미 올해 물량 계산에 넣고 있지 않아서 불가항력 자체가 우리 수급 상황에 추가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핵심은 가격이 크게 널뛸 수 있다는 점이다. 카타르는 세계 LNG 공급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생산국이라, 공급 차질은 전 세계 가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동 사태로 단기간 급등한 국제 LNG 가격이 추가로 뛸 수 있다는 의미다. 산업부에 따르면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대표 지표인 네덜란드 TTF 가격은 중동 사태 직전인 지난달 27일 100만 Btu(열량 단위)당 11.06달러에서 이달 24일 18.08달러로 63.5% 뛰었다.
LNG 가격 상승은 가스·난방 요금 등 소비자 물가를 자극하고, 기업 생산 비용 증가를 통해 경기 둔화 압력을 키운다. 전기료에도 직격탄이다. 국제 LNG 가격은 약 2, 3개월의 시차를 두고 한전이 구매하는 전기 원가에 반영된다.
● 반도체, 철강업계 등 수급 우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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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륨 공급량이 줄어들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AI 인프라 구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열전도율이 높은 헬륨은 웨이퍼 냉각,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냉각 등 열 관리가 필요한 반도체 공정 전반에 두루 쓰인다. 특히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초미세 공정일수록 EUV 의존도가 높아 헬륨 활용도가 더욱 커진다.
한국은 지난해 헬륨의 약 65%를 카타르에서 들여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헬륨 부족 사태가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협력사 재고를 포함해 수개월 분의 헬륨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카타르산 헬륨의 생산량 회복이 늦어질수록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다른 공급처로 수요가 몰리면 헬륨 가격이 급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두 달이 사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헬륨 공급 쇼크가 단순한 산업가스 가격 상승을 넘어 첨단 반도체 및 AI 인프라 구축의 병목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도 카타르 LNG 수급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로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고열 스팀을 공급하거나 전기로 가동을 위해 LNG 자가발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는 대부분 LNG 공급망을 다변화한 상황이어서 당장 수급에 차질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때 LNG 가격이 올라 비용이 치솟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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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