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부족에 산지 쌀값 1년새 20%↑ 정부 수요 예측 실패, 상승 부추겨 떡값, 밀가루 원료 빵보다 3배 올라 식당들 “쌀 계속 비싸면 가격 인상”
11일 서울의 한 분식집 메뉴판에 5000원이 넘는 김밥 가격이 적혀 있다. 쌀 20kg 평균 소매가격이 1년 전보다 13.7% 오르며 과거 대표적인 저렴한 먹거리였던 김밥 가격이 오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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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 씨(31)는 최근 김밥을 먹으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김밥 한 줄 가격이 7000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음식을 함께 시키면 1만 원이 훌쩍 넘는다”며 “값이 싸서 자주 먹던 김밥과 라면마저 사먹을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최근 쌀값 고공 행진이 멈추지 않으면서 김 씨와 같은 소비자들의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다. 김밥을 비롯해 떡, 백반 등 가공식품·외식 물가가 연달아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쌀 생산량이 전년 대비 감소한 데다 정부의 수요 예측마저 빗나가며 재고 부족 상태가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지 쌀값 1년 새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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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햅쌀이 나오는 10월이 지나면 쌀값이 안정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지난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수확기 이후 쌀값이 내릴 것으로 밝힌 바 있다.
쌀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쌀을 원재료로 쓰는 가공식품 물가까지 상승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떡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3%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0%)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밀가루가 주 원료인 빵(1.7%) 상승 폭의 3배에 달한다. 삼각김밥 가격도 전년 대비 3.7% 올랐다.
외식 물가 역시 상승 폭이 크다. 지난달 김밥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4.3% 올랐다. 김치찌개·된장찌개백반, 비빔밥도 3%대 증가율을 보였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등에서는 공기밥 가격을 1000원에서 1500∼2000원으로 올린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경남 진주시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65)는 “가뜩이나 비싼 쌀값이 더 오를까봐 두 달 전에 미리 6포대를 사뒀다”며 “쟁여둔 쌀이 떨어질 때쯤에도 쌀값이 지금처럼 비싸다면 가격 인상을 고민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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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수요 예측에 수급 정책 흔들려”
쌀값이 상승한 것은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353만9000t으로, 전년 대비 1.3% 줄었다. 당초 예상 생산량보다 3만5000t이 줄어든 규모다. 이 때문에 농협과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이 보유한 재고도 평년 대비 14만 t, 전년 대비 11만 t 부족한 상태다.
정부의 수요 예측이 엇나가면서 재고 부족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24년 수확기 쌀 초과 생산량(5만6000t)을 크게 웃도는 26만 t을 시장격리했다. 정부는 쌀 시장 상황을 검토해 초과 생산된 쌀을 사들이는데, 이를 시장격리라고 한다. 정부가 매입한 쌀을 보관하고 2∼3년 뒤 주정용 등으로 저가에 처분하거나 용도를 제한해 공급하는 식이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0월 2025년산 쌀이 16만5000t 과잉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올 1월 이를 9만 t으로 재추정했다. 가공용 쌀 수요량 증가를 반영하면서다. 이와 함께 정부는 당초 쌀 10만 t을 시장격리하기로 했던 계획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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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관계자는 “쌀 수급 정책은 생산·수요량, 재고 등의 변화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쌀 가격이 더디게 상승한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