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스토리텔러 채용 급증 ‘AI 슬롭’에 높아지는 피로감 ‘진정성 프리미엄’ 살려 소통 강화 스토리로 매출-성장 이끌어야
고객관계관리(CRM) 글로벌 1위 기업 세일즈포스가 구축한 스트리밍 플랫폼 ‘세일즈포스 플러스’. 사진 출처 세일즈포스 홈페이지
● AI가 만든 콘텐츠는 불호
마이크로소프트의 ‘88 에이커(88 Acres)’ 캠페인은 기업이 직접 만드는 온드 미디어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3년, 낡은 건물의 시설 관리자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자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한 편의 장편소설로 엮어 뉴스룸에 발행했다. 스마트 건물 관리 솔루션을 홍보하기 위한 시도였다. 제품의 스펙 대신 문제 해결의 서사를 보여준 이 콘텐츠는 수십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전 세계 기업으로부터 “우리 건물도 이렇게 만들어 달라”는 문의가 폭주했다. 높은 조회수가 세일즈로 이어진다는 공식이 통하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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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든 콘텐츠가 늘어날수록 ‘진짜 인간이 만든 이야기’의 가치는 증가한다. 이른바 ‘진정성 프리미엄’이 붙는 것이다. 소비자는 다소 투박하더라도 창작자의 고유한 관점, 감정, 감각이 담긴 콘텐츠에 반응한다. 즉, 과거 온드 미디어가 ‘광범위한 노출’에 집중했다면 이제 그 목적이 고객과의 ‘깊은 관계 형성’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 이야기 소재 발굴해 비즈니스로 연결
스토리텔러에게는 ‘스토리 마이닝’ 역량, 즉 기업 내부 저널리스트로서 이야깃거리를 발굴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단순히 조직의 새로운 소식을 찾아 알리는 수준을 넘어, 구성원조차 인식하지 못했거나 무심코 지나쳤던 ‘먹히는 이야기’를 취재하고 구조화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이러한 역량은 반복적인 훈련과 취재 경험을 통해 길러진다.
또한 콘텐츠 포맷을 상황에 맞게 변주하는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보도 자료부터 숏폼 영상까지 다양한 콘텐츠 형식을 이해하고 각각의 맥락과 효용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같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어떤 순간에는 기발한 밈의 형태로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돼야 하고, 다른 순간에는 진지한 선언문으로 고객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전통 미디어의 규범성과 디지털 콘텐츠의 실험성 사이의 균형 감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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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적인 매력 살려야
‘인간적 매력’을 앞세워 시선을 끄는 글로벌 1위 어학앱 듀오링고의 소셜미디어 게시물. 듀오링고 인스타그램 캡처
한편 어학 앱 듀오링고의 마케팅에서는 진정성 프리미엄이 엿보인다. 듀오링고는 B급 감성이 풍기는 고품질 숏폼 영상으로 딱딱한 학습을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마스코트 올빼미 ‘듀오’의 탈을 쓴 사람들이 학습을 독촉하며 사용자를 쫓아다니거나 경쟁사와 디스전을 벌이는 식이다. 듀오링고의 2024년 매출은 전년 대비 40% 이상 성장했는데, 신규 유입 고객의 대부분이 유료 광고가 아닌 온드 미디어 콘텐츠와 입소문을 통해 자연스럽게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이 ‘조회수’나 ‘좋아요’로 대신 비즈니스 성과와 연결되는 마케팅 지표를 설정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세일즈포스는 콘텐츠 시청이 실제 사업 기회로 이어지는지를 측정해 마케팅 효율을 계산한다. 듀오링고는 콘텐츠 구독자의 서비스 유지율을 측정하면서 콘텐츠가 고객 록인(Lock-in)에 미치는 영향을 주요 지표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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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실버라이닝 솔루션즈 대표 sanghoon.kim@silverlining.mobi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