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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유성열]검찰주의에 잠식당한 국민의힘 윤리위

입력 | 2026-03-06 23:09:00

유성열 정치부 차장


“소수의 이권 카르텔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마비된 먹이사슬을 구축하고 있다.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하면 그야말로 ‘부패완판’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2021년 6월 29일 서울 서초구 윤봉길 의사 기념관. 문재인 정권과 갈등을 빚다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독재, 부패, 이권 카르텔, 약탈 등이 적시된 출마 선언문은 집권 세력을 겨냥한 선전포고문이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이 천명한 이념은 ‘자유’다. 정권과 결탁한 이권 카르텔이 우리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 국민을 약탈하는 독재 체제를 구축하려 한다는 게 대선 출마의 명분이었다. 국민은 이 선언을 믿고 지지를 보냈지만 5년이 지난 지금 그는 1심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 미결수로 전락했다.

윤 전 대통령은 출마 선언에서 이권 카르텔을 혁파할 무기로 공정, 상식, 법치를 약속했다. 그의 약속대로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법치주의가 구현됐다면 국정은 지금도 윤석열 정부가 운영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집권 후 실제 내세운 무기는 검찰주의였다. 검경과 감사원 등을 총동원해 사정정국을 만들었고, 의대 정원 확대 등 갈등이 첨예한 정책을 특수부 검사가 수사하듯 밀어붙였다. 여당이 총선에서 참패하고 정권이 코너에 몰리자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며 계엄까지 선포했다. 검찰주의와 군이 동원되는 사이 그가 약속했던 공정과 법치는 김건희 여사와 측근들의 전횡으로 무력화됐다. 윤 전 대통령의 출마 선언문은 자유 수호의 가면을 쓴 검찰주의 개론서였던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후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정권은 교체됐고, 국민의힘엔 새 지도부가 들어섰으며,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전국 단위 선거인 지방선거가 임박했다. 보수 진영에선 두 번의 대통령 탄핵으로 쪼그라든 보수가 궤멸되지 않으려면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친다. 그러나 장동혁 대표는 ‘윤 어게인(again)’ 세력과 함께 가겠다면서 검찰주의라는 유령이 여전히 제1야당을 배회하도록 두고 있다.

특히 장 대표가 취임 후 새로 구성한 중앙윤리위원회는 검찰주의에 완전히 잠식당했다. 당무감사위원회가 정적을 징계할 근거를 찾으면 윤리위가 징계 수위를 정하고 지도부가 승인하는 식이다. 절윤(絕尹)을 요구한 한동훈 전 대표와 김종혁 전 최고위원이 그렇게 제명됐고, 다른 친한계 의원 등 7명은 한 전 대표를 도와 해당(害黨)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윤리위에 제소됐다. 검찰주의로 집권하고 몰락한 정당에 다시 검찰주의가 득세하고 있는 것이다. 절차를 제대로 지켰는지도 의문이다. 배현진 의원에 대한 당원권 1년 정지 처분은 법원이 “충실한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효력을 정지시켰다.

장 대표와 당권파는 탄핵으로 생긴 상처의 ‘고름’을 짜내고 지지층을 결집해야 국민의 선택을 다시 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윤 어게인’과 함께 정적을 제거하고 집권 기반을 만든다는 전략은 윤 전 대통령의 검찰주의를 재현하는 것에 불과하다. 국민과 역사는 이미 검찰주의에 대해 사망 선고를 내렸다는 점을 장 대표와 당권파만 모르는 것 같다.



유성열 정치부 차장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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