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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휘발유 값 1900원 넘었다…경유, 하루새 39원 뛰어 ‘역전’

입력 | 2026-03-06 11:45:00

L당 휘발유 1916원, 경유 1934원
WTI 배럴당 81달러로 8.5% 급등
정부, 주유소 점검 등 가격안정 나서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900원을 넘는 등 상승 흐름이 이어지는 6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중동 리스크와 수급 불안정성에 따라 국내 기름값이 엿새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서울 지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16.5원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27원 오른 수준이다. 2026.03.06 뉴시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연일 오르고 있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6일 동시다발적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이날 서울 휘발유값은 L당 1900원을 넘어서며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버스, 트럭, 중장비 등에 주로 쓰이며 물류비와 직결되는 경유 가격은 더 크게 오르며 휘발유보다 비싼 ‘역전 현상’도 벌어졌다.

이란의 미국 유조선 공격 여파로 5일(현지 시간)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고,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국내 기름값은 당분간 고공 행진할 것으로 보인다. 기름값 상승분이 이달부터 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 가뜩이나 오른 먹거리 가격에 더해 서민 물가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정부 “기름값 폭리 차단” 조사 착수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930.52원을 나타냈다. 2022년 8월 8일 이후 약 3년 7개월 만에 1900원을 넘었다. 서울의 경유 평균 가격은 1954원으로 전날 오후부터 휘발유 가격을 웃돌았다. 이날은 전국의 경유 평균 가격도 전날보다 L당 57.13원 오른 1887.38원으로 집계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1871.83원)을 넘어섰다.

글로벌 시장에서 최근 경유 가격 상승률이 휘발유보다 2배가량 높았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경유는 화물차, 버스 등 수요 조정이 어려운 필수 물류 산업에서 많이 쓰이다 보니 국제정세가 불안하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오른다.

국제 경유 가격은 미국의 이란 공습 전날인 지난달 27일 배럴당 92.90달러에서 지난 5일 153.18달러로 64.9%나 뛰었다. 같은 기간 국제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79.64달러에서 106.28달러로 33.5% 상승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담합 가격 조작은 대국민 중대 범죄로 그 대가가 얼마나 큰지 곧 알게 될 것”이라며 급등한 기름값에 대한 경고를 내놨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기름값 바가지처럼 공동체의 어려움을 이용해 부당한 폭리를 취하는 반(反)사회적 악행에 아주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범부처 합동점검단은 이날부터 전국 주유소에 대한 특별기획검사에 착수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오후 대전 유성구의 한 주유소를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구 부총리는 국회에서 열린 당정 협의에서 “국가적 위기 상황을 악용하는 데 대해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며 “유종별, 지역별로 (유류) 최고가격 지정까지 검토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주유소들의 담합 가능성을 점검하고, 법무부도 유가 담합 등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대검찰청에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

정부는 호르무스 해협 봉쇄에 따른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원유 추가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와 협의를 거쳐 6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긴급 도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약 208일분의 원유를 비축해둔 상황에서 하루 원유 수요량(약 281만 배럴)의 2배 이상을 더 확보했다. 이미 국내에 공동비축 중이던 UAE 물량 200만 배럴 외에 나머지 400만 배럴은 호르무즈 해협 바깥쪽에 있는 UAE 내 대체 항만에 유조선을 보내 가져오게 된다. 이렇게 하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원유를 가져올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대체 항만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한국석유공사도 국내에 공동비축 중이던 쿠웨이트의 원유 200만 배럴을 추가 확보했다고 밝혔다.

● 기름값 계속 오르면 장바구니 물가도 타격

다만 정부 대책으로 오르는 기름값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은 데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운송 차질을 우려한 재고 확보 움직임에 유가는 향후 더 오를 여지가 크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해상 운송비와 보험료까지 뛰어 공급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국주유소협회도 6일 “가격 상승의 1차 요인은 정유사 공급 가격 인상”이라며 폭리 의혹을 부인했다.

국내 기름값 인상분이 3월 물가부터 반영되면 불안한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2.0% 오른 가운데 조기(18.2%), 고등어(9.2%), 돼지고기(7.3%) 등 먹거리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유가 상승의 영향이 장바구니 물가와 가공식품 가격까지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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