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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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일을 하는 김석연 씨(26)는 서울 관악구의 월 28만 원짜리 고시원에 산다. 월세는 저렴하지만 화장실, 부엌은 공용을 써야 한다. 방에 창문도 없다. 김 씨는 “정규직 일자리를 구해 해가 잘 들고 욕실 있는 집을 구하고 싶다”면서도 “취업이 워낙 안 되다 보니 이런 꿈이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고시원, 쪽방처럼 최소한의 주거 기준에도 못 미치는 집에 사는 가구 비율이 7년 만에 다시 늘었다. 전체 인구 중 중위소득의 50%로 생활하는 인구 비율을 뜻하는 상대적 빈곤율은 4년 만에 다시 15%대로 진입했다. 숫자로 나타나는 경제 성장률과 무관하게,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의 ‘삶의 질’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 주거-소득 불평등 모두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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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주거기준은 주거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다. 1인 가구의 경우 14㎡ 방 1개에 부엌, 전용 수세식 화장실과 목욕 시설을 갖춰야 한다. 방 안에 화장실이 없는 고시원에 살고 있는 청년이라면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에 해당한다. 수도권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은 4.4%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면적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3.8%로 다른 지역을 웃돌았다.
소득 불평등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2024년 1인당 국민총소득은 4381만 원으로 전년 대비 3.5% 늘었다. 하지만 중위소득 50% 이하 인구 비율을 나타내는 상대적 빈곤율은 0.4%포인트 오른 15.3%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 소득 중간값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소득 가구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이다. 상대적 빈곤율이 15%대에 재진입한 것은 2020년(15.1%) 이후 4년 만이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상대 빈곤율(14.9%)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9번째로 높았다. 66세 이상 고령 빈곤 가구 비율이 특히 높다. 66세 이상 인구의 상대 빈곤율(39.8%)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66세 이상 상대 빈곤율이 30%를 넘는 국가는 한국, 라트비아(34.3%), 뉴질랜드(33.7%) 등 3개국뿐이다.
● 걱정 우울 수준, 코로나19 이후 가장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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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과 우울 정도를 보여 주는 부정 정서(10점 만점)는 2023년 3.1점에서 2024년 3.8점으로 뛰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2021년(4.0점) 이후 가장 높다. 같은 기간 주관적인 삶의 만족도가 6.4점으로 유지된 것과 대조적이다. 신체적, 정신적 위기 상황에서 도움받을 곳이 없는 사람 비율을 의미하는 사회적 고립도는 지난해 33.0%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40, 50대는 ‘K자형’으로 불평등이 가속화된 지난 20여 년을 노동시장에서 보낸 만큼 변화를 크게 체감하는 세대고, 이 점이 자살률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사회적 고립을 막기 위해 부처 간 통합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