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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수술 난이도 무시한 수가 체계가 정형외과 무너뜨린다

입력 | 2026-03-05 04:30:00

김학선 연세대 의대 정형외과 교수




김학선 연세대 의대 정형외과 교수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지필공’(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정책의 방향성에는 의료계도 공감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드러난 몇 가지 문제가 있다. 그중 하나가 정형외과 수술을 지나치게 단순한 기준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 정책의 전제는 ‘정형외과 수술 상당수는 전문병원에서 많이 시행되므로, 상급종합병원이 맡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단명이 같은 환자라도 실제 수술의 난이도와 위험도는 크게 다르다.

예를 들어 척추관협착증 환자라도 단순 감압 수술은 비교적 부담이 작지만, 척추 변형을 동반해 여러 마디를 동시에 교정해야 하는 수술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치료다. 시간은 몇 배 더 걸리고, 출혈과 신경 손상뿐만 아니라 전신 합병증 위험도 크게 높아진다. 전자는 전문병원에서도 가능하지만, 후자는 중환자 관리와 여러 진료과 전문의들의 협진이 가능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뤄져야 안전하다.

문제는 현행 질병 분류 체계상 이런 수술들이 모두 같은 질환으로 묶인다는 점이다. 그 결과 수술 난이도와 관계없이 평가와 보상 체계는 단순하게 적용된다. 수술 시간이 길고 위험이 큰 고난도 정형외과 수술조차 일반 수술로 분류되면서 병원은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고, 수가는 원가의 50∼6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불합리한 구조는 분명한 신호를 준다. 고난도 정형외과 수술을 많이 할수록 병원 운영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결국 병원은 해당 수술을 줄이게 되고, 담당 교수들도 현장을 떠나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상급종합병원 정형외과 교수의 15%가 사직했다. 지방은 19%로 사직률이 더 높다. 통상 수십 년인 대학 교수 재직 기간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수치다. 이는 단순 인력 이동이 아니라, 체계 붕괴의 전조로 해석해야 한다.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 아니다. 수술을 할 수 없는 환경, 전문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평가 구조, 지속 가능한 보상이 부재한 체계가 누적된 결과다.

이는 결국 전공의 교육 약화로 이어진다. 경험 많은 교수가 줄어들면 고난도 수술을 배우고 이어갈 인력도 줄어든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 사회는 중증 근골격계 질환을 책임질 전문의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정책의 목표가 옳더라도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해석하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긴다. ‘많이 시행되는 수술=경증’이란 단순 공식에 기초해 상급병원의 기능을 축소한다면 고난도 수술 인프라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 실제 수술의 난이도와 위험도를 반영한 세밀한 질병 분류 체계가 필요하다. 지난해 사직한 정형외과 교수 수는 단순한 통계가 아닌 붕괴의 경고음이다. 신호를 외면한다면 부담은 결국 환자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김학선 연세대 의대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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