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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평일 늦게 자고 주말엔 늦잠… ‘생체시계’ 고장나요

입력 | 2026-03-02 23:06:00

뇌 속 ‘생체시계’ 빛에 따라 조절
아침 햇빛 보면 ‘코르티솔’ 나와
해 뜨고 지는 것에 맞춰 생활해야
어린이, 하루 9시간 이상 수면 필요… 평일-주말 생체리듬 동일하게 유지



전문가들은 6∼13세 어린이에게 하루 9∼11시간의 수면을 권장한다. 하지만 2024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국내 초등학생 29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2.4%가 ‘하루 9시간 미만 잔다’고 답했다. 어린이들은 수면 부족의 이유로 숙제, 가정 학습, 학원 교습, 게임, 드라마 시청 등을 꼽았다. 동아일보DB


미국 수면재단 등 전문가들은 6∼13세 어린이에게 하루 9∼11시간의 수면을 권장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2024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국내 초등학생 29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2.4%가 ‘하루 9시간 미만 잔다’고 답했습니다. 문제는 며칠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 뒤엔 ‘생체시계’가 교란돼 원래의 취침, 기상 시간으로 돌아오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 평일엔 늦게 자고, 주말엔 늦잠 잔다

어린이들은 수면 부족의 이유로 숙제·인터넷 강의 등 가정 학습, 학원·과외, 게임, 인터넷 사이트 이용, 드라마·영화 시청, 채팅 등을 꼽았습니다. 해야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 보니 잠자는 시간을 아끼는 것입니다. 특히 주말을 앞둔 금요일 밤이나 방학 중엔 더욱 잠을 미루게 됩니다. 평일엔 등교하기 위해 억지로 일어나야 했다면, 주말에 마음껏 늦잠을 자며 모자란 잠을 보충하곤 합니다.

생체시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몸속의 아주 작은 시계들입니다. 이 시계들은 해가 뜨고 지는 것에 맞춰 하루 동안 우리가 언제 배고프고, 졸리고, 자야 하는지 등의 생체리듬을 결정합니다. 이 리듬을 일주기 리듬이라고도 합니다.

주말에 평소보다 늦게 자게 되면, 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체리듬으로 바뀝니다. 이렇게 한 번 밀린 생체리듬은 앞으로 당기기 어렵습니다.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생체시계의 시간이 정확히 24시간이 아니라, 24시간보다 아주 조금 더 길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생체시계는 가만히 두면 뒤로 늦춰지려는 성질이 있다는 뜻입니다. 서 교수는 “그래서 우리는 ‘조금만 더 늦게 잘까’ ‘아침에 더 늦게 일어날까’ 같은 유혹엔 약하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일은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 사회적 시차와 생체시계의 작동

특히 평일과 주말의 기상시간이 2시간 이상 차이 날 때, 전문가들은 ‘사회적 시차’를 겪는다고 말합니다. 주중과 주말의 수면 시간 차이로도 몸속 생체시계는 혼란을 겪게 됩니다. 사회적 시차 상태가 지속되면 수면 부족과 그로 인한 각종 질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몸의 생체시계는 중앙 시계와 말초 시계로 나뉩니다. 중앙 시계는 뇌 속의 시교차상핵에, 말초시계는 간 심장 위 등 몸의 모든 장기와 세포에 있는 생체시계입니다. 시교차상핵은 눈 바로 뒤에서 시신경이 교차하는 지점 위에 있는 쌀알만 한 조직으로,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말초 시계들에 신호를 보내 몸의 생체리듬을 조절합니다.

생체시계가 약 24시간 주기를 갖는 건 몸의 거의 모든 세포가 공통으로 가진 시계 유전자 때문입니다. 세포에서 시계 유전자가 작동하면 시계 단백질이 만들어집니다. 이 단백질은 많아질수록 자신을 만드는 시계 유전자의 활동을 방해합니다. 멈췄던 시계 유전자는 시계 단백질이 모두 분해된 후 다시 작동하는데, 이 과정은 하루보다 12분 정도 긴 24.2시간마다 반복됩니다.

그래서 뇌 속 중앙 시계는 빛을 이용해 실제 시간에 맞게 생체시계를 조정합니다. 아침에 햇빛이 눈으로 들어오면 그 정보가 시교차상핵에 전달됩니다. 시교차상핵은 몸속 생체시계에 신호를 줘 호르몬과 장기들의 기능을 조절합니다. 예를 들어 잠을 부르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는 아침에 줄었다가, 아침 햇빛을 처음 본 후 약 15시간 뒤 다시 시작됩니다. 반대로 몸을 깨우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는 아침에 늘어나고 밤에 줄어듭니다.

또 근육은 낮 동안 운동 능력이 가장 높았다가 밤에는 회복 시간을 가지고, 위의 장운동과 소화 효소 분비는 낮에 활발하고 밤에는 느려집니다. 체온, 혈압, 심박수, 침의 분비량 등 다양한 몸의 기능이 생체시계의 리듬을 따라 변화합니다. 중앙 시계와 말초 시계 사이, 생체시계와 실제 시간 사이가 조화로울 때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 늦잠, 게을러서만은 아니다

수면이 불규칙해지면 이 조화가 깨지고, 밤늦은 식사나 운동 등도 말초 시계를 중앙 시계의 신호와 어긋나게 해서 몸에 혼란을 줍니다. 특히 청소년이 되면 어린이 때보다 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게 됩니다. 게으르거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몸속 생체시계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몸의 생체시계는 15∼25세 사이에 1∼2시간 정도 뒤로 늦춰졌다가 이후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잠이 오게 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나오는 시간이 늦어지고, 깨어 있는 동안 쌓이는 ‘수면 욕구’도 더 천천히 올라가 밤늦게까지 버티기 쉬워집니다. 여기에 공부량은 늘고, 등교 시간은 이른 생활 환경까지 겹치면서 사회적 시차를 겪게 됩니다.

청소년기에 사회적 시차가 지속되면 수면 부족으로 피로가 쌓이고, 식욕과 대사 리듬이 교란돼 비만 위험이 커지고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사회적 시차를 줄이려면 매일 잠들고 깨는 시간을 비슷하게 유지하되 최소 7시간은 자야 합니다. 주은연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어린 시절 불규칙한 생체시계의 리듬은 어른이 돼도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아동기와 청소년기의 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미래의 건강을 위한 투자이기 때문에 일찍부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수진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soo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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