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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나는 소유하고 있나 소유되고 있나

입력 | 2026-02-28 01:40:00

◇소유하기, 소유되기/율라 비스 지음·김명남 옮김/424쪽·2만2000원·열린책들




미국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시카고에 집을 마련하면서 스스로 중산층에 편입됐음을 자각했다고 한다. 출판사 등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변변치 않은 과거와는 분명 다른 위치였다. 그러나 저자는 “이 집은 내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다. 장기적으로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처지였기에 “나는 이 집을 소유한다기보다는 보살피는 것에 가깝다”고 말한다.

책은 저자가 ‘소유’에 대해 사유하며 쓴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통계상으론 분명 상위 계층에 속한다. 하지만 스스로를 부유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이중적인 욕망에 시달린다. 비싼 목걸이, 고급 식기 등 더 좋은 물건들을 원하면서 동시에 덜 원하고 싶어 한다. 저자는 이처럼 일상에서 마주한 자신의 모순을 정직하게 털어놓는다.

일례로 이웃과의 대화를 보자. 대부분의 일상을 음악과 연극에 투자하는 이웃은 “시간과 돈을 보면 그 사람에게 중요한 게 뭔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을 들으며 저자는 의아함을 느낀다. 그는 “나는 내게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내 시간은 글에 쓰고 돈은 집에 쓴다”고 말한다.

저자가 시간을 많이 쏟는 또 다른 일 중 하나는 마당에 나무를 심을 구덩이를 파는 일이다. 얼핏 특별한 의미가 없는 일 같지만, 저자는 삶을 ‘생산’과 ‘소비’로만 나누어 보는 통념에 반기를 든다. 그는 구덩이 파는 일이 “성취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로 평가받는 현대사회에서 우리에게 진정한 기쁨을 주는 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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