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조직 문화는 ‘사회적 오염’… 직장 스트레스가 직원 건강 해쳐 장시간 노동이 성과 좋은 건 아냐… 근무시간 줄이면 생산성 더 향상 ◇월급 받으려다 죽다/제프리 페퍼 지음·홍기빈 옮김/332쪽·2만2000원·21세기북스
신간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되기 쉬운 직장 스트레스가 개인과 사회에 어떤 대가를 요구하는지 추적한다. 직장 스트레스를 환경 오염에 빗대 ‘사회적 오염’이라 명명하기도 한다. ‘사회적 오염을 방치한 채 지속 가능성을 말할 수 있을까’ 하는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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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월급 받으려다 죽다’에 등장하는 사례다. 원제 ‘Dying for a Paycheck’를 옮긴 이 책은 ‘인재 경영’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경영사상가의 문제작이다. 오늘날 직장에서 당연시되는 스트레스를 정면으로 다룬다. 눈에 잘 띄지 않고,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되기 쉬운 직장 스트레스가 개인과 사회에 어떤 대가를 요구하는지 추적한다.
저자는 직장 스트레스를 환경 오염에 빗대 “사회적 오염”이라 부른다. 공기와 물이 오염되면 건강을 해치듯, 병든 조직 문화는 인간을 서서히 망가뜨린다. 문제는 우리가 물리적 환경에는 예민하면서도 사회적 환경엔 무심하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탄소 배출, 폐기물 감축, 재활용 같은 항목을 담은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공들여 작성한다. 그러나 정작 직원들의 임금이 생계를 유지하기에 충분한지, 건강보험은 제공되는지, 가정생활을 지킬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 있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오염은 측정조차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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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 일할수록 더 생산적이다”라는 통념 역시 데이터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치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6개 사업장에서 진행한 실험을 살펴보자. 직원들을 세 집단으로 나눠 △주당 근무시간을 2.5시간 줄이고 신체 활동을 늘린 집단 △신체 활동 증대 없이 근무시간만 2.5시간 줄인 집단 △근무시간을 유지한 집단으로 배정했다. 그 결과 ‘진료 환자 수’라는 객관적 지표에서 근무시간을 줄인 두 집단 모두 성과가 향상됐다. 특히 신체 활동을 병행한 집단의 생산성 증가 폭이 컸다.
책은 또한 장시간 노동을 직원들 스스로가 숭배하는 문화도 비판한다. 저자가 인터뷰한 실리콘밸리 직원들 사이에선 “어젯밤에 4시간밖에 못 잤다” “나는 3시간밖에 못 잤다”는 식의 수면 부족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바쁨은 ‘쿨함’의 상징이 됐고, ‘바쁘다’는 말은 곧 지위와 성공의 신호처럼 소비된다. 장시간 노동 문화에 직원들 스스로가 공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일하는가. 보이지 않는 ‘사회적 오염’을 방치한 채 지속가능성을 말할 수 있는가.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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