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진 교수 그림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러시아 로켓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콥스키의 말이다. 그는 1895년 최초로 우주정거장을 제안한 인물로, 1903년에는 로켓 방정식과 인공위성 개념의 기초를 마련했다. 그의 상상력은 한 세기를 넘어 지금도 계속 확장되고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의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3년 내 우주에 대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설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치올콥프스키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나는 초빙교수 자격으로 아르메니아 예레반주립대에 머물고 있다. 100년이 넘은 고풍스러운 건물 옆에 나무숲 대신 슈퍼컴퓨터용 공랭식 냉각기와 발전기가 각각 두 대씩 설치돼 있다. 두 대 중 한 대는 정전을 대비한 예비용이다. 냉각기가 윙윙거리며 작동될 때면 나무숲과는 사뭇 다른 인공적 풍경을 만들어 낸다.
슈퍼컴퓨터는 사용한 전력의 거의 전부를 열로 바꾼다. 1MW(메가와트) 전력을 소비한다는 말은 1MW 열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작은 발전소에 맞먹는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에어컨으로는 감당할 수 없고, 데이터센터 전용 냉각시스템이 필요하다. 보통 슈퍼컴퓨터는 약 18∼22도의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온도가 상승하면 수명이 줄어들고 치명적 오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전이 되면 몇 초 안에 고장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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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아니라 우주에 설치되면 어떻게 될까. 우주에서는 태양에너지를 밤낮없이 공급받을 수 있다. 지상에서는 태양전지의 효율이 약 15∼22%인 데 비해 우주에서는 태양전지의 효율이 약 30∼40%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발전소 없이 우주에서 직접 생산한 에너지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한다는 발상은 당장 경제성이 확보된 것은 아니지만, 미래에는 경제성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우주로 간다면, 슈퍼컴퓨터의 문제인 냉각장치도 필요 없게 된다. 우주에서는 공기가 없으므로 열은 적외선 복사를 통해서만 방출된다. 따라서 넓은 면적의 대형 복사판을 이용해 열을 우주 공간으로 내보내면 된다. 이 모든 조건을 따져보면 지구의 슈퍼컴퓨터보다 우주의 슈퍼컴퓨터가 최대 2배 정도 효율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물론 기술적, 경제적 조건이 충족돼야만 가능한 일이다.
최초로 우주정거장을 구상한 치올콥스키는 평생 러시아의 작은 마을 칼루가에서 살았다. 그는 직접 프랑스 파리에 가보지 못했지만, 그림 속 에펠탑에서 영감을 받아 ‘탑을 계속 높이면 결국 우주까지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이는 우주 엘리베이터라는 개념으로 이어졌다. 치올콥스키는 작은 창문이 달린 방에서 우주로 가는 길을 가장 먼저 걸은 사람임이 틀림없다. 우주로 간 데이터센터라니, 지금은 실험적 상상에 가깝지만 어쩌면 실현 시기가 확 당겨질지도 모르겠다. 3년 후 머스크의 우주 데이터센터가 성공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명예교수